쇼핑몰 “변신! 테마파크로”…주5일제 시대 새 쉼터로

  • 입력 2005년 1월 24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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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테마파크형 쇼핑몰이 전국에 잇따라 생기고 있다. 체험과 재미를 통해 손님을 최대한 끌어 모은 뒤 물건을 판다는 개념의 이 같은 쇼핑몰들은 미국 유럽 일본을 거쳐 이제 한국에 상륙 중이다. 소비자로서는 주5일 근무제 시대에 가까운 곳에서 오락과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반갑다.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한계에 이른 유통업계에 테마파크형 초대형 쇼핑몰이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초대형 쇼핑몰의 현황과 미래를 분석해본다.》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일대 ‘센텀시티’ 안에 초대형 복합 쇼핑몰을 지을 예정(2008년 초)인 신세계는 아시아 최대의 ‘워터파크’ 시설을 넣기 위해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총 2만2900평 규모의 대지에 연면적 10만 평 규모로 짓게 될 이 쇼핑센터에서 온전히 쇼핑만 하는 공간은 2만∼3만 평. 주차장 시설을 빼고도 나머지 5만여 평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신세계는 온천을 개발할 수 있는지 수질 적합성 조사를 한 후 9월이면 ‘에버랜드 급’의 테마파크가 들어서는 복합쇼핑센터의 레이아웃을 완공한다.

이처럼 요즘 쇼핑몰들은 단순한 쇼핑 공간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물건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파는 공간이 기본 개념이다. 전국적으로 들어서는 크고 작은 규모의 쇼핑몰에 영화관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요즘은 하루를 쇼핑몰에서 보낼 수 있도록 찜질방, 피트니스센터, 테마파크, 박물관, 게임센터 등이 생기는 추세이다. ▽엔터테인먼트 결합형 복합 쇼핑센터 붐=경기 파주시에 짓고 있는 출판문화산업단지 안에 지난해 9월 복합 쇼핑센터 ‘이채’가 문을 열었다. 해외명품관을 비롯한 각종 쇼핑시설과 ‘난타’ 전용극장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결합된 이곳은 2월 중 수영장, 찜질방, 헬스센터, 스파시설 등도 문을 열 예정이다.

한국에도 테마파크형 쇼핑몰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와 유통업계 모두에 '윈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지난해 말 문을 연 유아 전문 쇼핑몰 '베어캐슬'.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지난해 10월 문을 연 유아 전문 쇼핑몰 ‘베어캐슬’도 있다. 이곳은 연면적 6800평 규모로 출산용품, 아동의류, 완구류 등을 팔면서 ‘테디베어 박물관’, ‘월드토이 뮤지엄’ 등도 있어 가족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주부 김진희 씨(33·경기 군포시 산본동)는 “곰인형들로 심청전, 홍길동 등을 재연해 5세인 아들과 가끔 놀러온다”고 말했다.

▽왜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되나=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물건을 소비하는 것은 온라인에 맡기고 오프라인은 즐거움과 결합되는 성향이 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연구위원은 “현대인에게 ‘쇼핑을 한다’는 건 단순히 물건을 산다기보다는 그 자체를 즐긴다는 뜻”이라며 “특히 인터넷 쇼핑몰이 일반화되면서 오프라인에서는 엔터테인먼트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가도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이 각광받는 이유다. 주말마다 많은 비용과 교통 체증을 감수하며 지방 관광지나 스키장으로 놀러가기 힘든 가장(家長)들이 도심이나 가까운 교외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여유 공간을 찾는다는 것.

쇼핑몰을 개발하는 업체의 입장에서도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은 필수적이다.

백화점으로 대표됐던 쇼핑몰이 이제는 아웃렛, 할인점, 홈쇼핑, 카탈로그, 인터넷, 카테고리 킬러형 전문점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쇼핑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류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쇼핑몰에 빈 곳이 생기기 시작하자 이를 메우는 한편 고객이 몰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볼거리, 즐길거리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는 ‘그때그때 달라’=초대형 엔터테인먼트형 쇼핑센터라고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생겨 국내 최초의 엔터테인먼트형 쇼핑센터라고 볼 수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경우 입지 여건과 오밀조밀한 구성으로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

하지만 김포공항 쇼핑센터의 경우 영화관 등 엔터테인먼트는 잘되는 반면 이마트를 제외한 쇼핑센터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 권혁구 센텀시티 개발팀장은 “해외에서도 엔터테인먼트가 너무 강하거나 쇼핑과 연관 없이 개발될 경우 고객들이 정작 쇼핑에 집중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우리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美 엔터테인먼트 시설 24시간 개방▼

미국에서 가장 큰 쇼핑몰(13만 평)인 ‘몰 오브 아메리카’에는 8500여 평이 넘는 규모의 스누피 테마파크가 들어 있다. 몰 오브 아메리카는 절반가량이 쇼핑공간, 나머지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사진 제공 한올출판사

미국과 유럽에서는 1970년대부터,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복합 쇼핑센터 개발이 활성화됐다. 현재와 같은 엔터테인먼트형 쇼핑몰은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됐다고 보면 된다.

미국은 가구 전문점인 이케아, 의류업체 마크스앤드스펜서, 대형 서점인 반스앤드노블스처럼 카테고리 킬러형 전문점들이 모여 대형 주차장과 결합된 복합 쇼핑센터들로 발전해왔다.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초대형 쇼핑몰이 등장한 것은 1992년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문을 연 ‘몰 오브 아메리카’ 이후.

이곳은 13만 평 규모의 쇼핑몰로 메이시스, 시어스 등 백화점만 4개나 들어 있으며 카테고리 킬러형 전문점은 420여 개 입점해 있다. 여기에 8500여 평의 스누피 테마파크, 레고 시티, 인조 열대우림이 조성돼 있으며 45개의 레스토랑, 14개의 영화관 등이 있다. 하루 방문객이 11만 명에 이른다. 유럽 지역은 대형 유통업계가 중심이 돼 중소 전문점과 결합된 형태로 테마파크형 전문점이 발달해 왔다. 프랑스 파리 근교의 발드유럽, 리우생 지역의 카르세나, 영국 켄트 주의 블루워터 등이 대표적. 100∼300개의 전문점에 영화관 수족관 푸드코트 등이 결합돼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테마파크형 쇼핑센터는 고베의 하버랜드, 후쿠오카의 캐널시티, 도쿄의 라라포트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나 부동산 개발회사가 투자한 경우가 많고 오락 공간이 30% 가까이 된다.

LG경제연구원 문권모 선임연구원은 “해외 쇼핑몰들은 엔터테인먼트가 쇼핑에 긴밀히 결합되도록 운용의 묘를 찾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쇼핑몰은 출퇴근 시간에 맞춰 문을 열지만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24시간 개방하는 게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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