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아웃도어 매장 고객 문화공간으로 변신

  • 입력 2005년 1월 12일 16시 13분


코멘트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입구에 있는 FnC코오롱의 매장. 옷도 팔지만 등산객들이 쉴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입구에 있는 FnC코오롱의 매장. 옷도 팔지만 등산객들이 쉴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전영한 기자
일요일인 9일 오후 3시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청계산 입구에 자리 잡은 한 아웃도어 매장의 2층에 올라와 사진을 찍고 있다. 막 등산을 마친 40대 중반의 여성들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이곳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 FnC코오롱의 코프(KOP) 매장. 1층은 등산복과 장비를 팔지만 2층은 등산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친구 2명과 함께 청계산 등산을 마치고 이곳을 찾은 이정현 씨(59·서울 강남구 삼성동)는 “처음에는 단순히 의류매장인 줄 알았는데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무료로 음료수를 준다는 것을 알게 돼 들어왔다”며 “등산을 마친 뒤 다리쉼을 하기에 좋은 곳 같다”고 말했다.

요즘 단순히 물건만 팔지 않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갖춘 것은 기본이고 매장을 찾는 고객의 특성에 맞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이 많은 것. 고객의 참살이(웰빙)를 측면 지원하면서 제품의 이미지를 높이자는 전략이다.

FnC코오롱의 코프 1호 매장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은 매장 자체가 산장처럼 만들어져 있고 이름도 산장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샤모니’이다. 100평 매장 중 고객 서비스 공간이 무려 55평.

앞마당에는 분수대를 만들어 등산객들이 손발을 닦을 수 있게 한다. 겨울 주말에는 장작불로 군고구마를 구워서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준다. 2층에는 2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돼 등산 동호회원들이 모임을 갖기도 한다. 매주 목요일엔 코오롱 본사에서 나온 강사가 등산학교를 열며 격주 토요일에는 산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요리를 중심으로 등산 요리학교도 진행한다. 매장에 붙은 화장실은 등산 배낭을 멘 사람들도 넉넉히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이 꽤 넓다. 어린이 등산화, 캐리어, 구급약 등도 무료로 빌려준다.

2월부터는 매장에 코오롱인터내셔널이 수입하는 유기농 비누와 화장품, 베이비 오일 등을 팔고 테이크아웃 커피, 유기농 주스와 아이스크림, 생맥주 등도 팔 예정이다.

코프 1호점 곽미경 사장은 “이익은 덜 남기더라도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편히 쉬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며 “예기치 않게 단골이 된 사람들도 많아 매출이 쑥쑥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심봉환 씨(41·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요새는 친구들이 함께 등산을 해도 각자 자가용을 끌고 오는 데다 등반 시간이 달라 여러 명이 같이 움직이기 힘든데 이곳을 만남의 공간으로 삼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초 중 고 대학과 연계해 ‘길 잃었을 때, 비가 올 때, 해 떨어졌을 때’ 등 산행 안전수칙을 가르쳐주는 등산학교도 열 예정.

5월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입구에 문을 열 코프 2호점은 웰빙시설이 더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5층짜리 대형 매장으로 인공빙벽이 들어가며 산악 전문가가 강사로 나서 빙벽타기 교육을 하고 실내 빙벽 등반대회도 열 예정이다. 북한산은 인수봉 등 암벽으로 유명한 곳이라 이런 시설을 마련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 FnC코오롱은 2006년까지 모두 5개의 코프를 낼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LG패션 매장. 옷을 고르러 온 골퍼들이 퍼팅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사진 제공 LG패션

서울 강남구 청담동 LG패션 매장(보담 프라자)에서는 고객들이 차를 무료로 마시고, 골프 애호가들이 퍼팅을 즐길 수 있도록 퍼팅 코너가 마련돼 있다.

이랜드의 캐주얼스포츠 브랜드 푸마 청담동 매장에는 푸마의 ‘얼리어답터’로 등록된 사람들이 언제든 방문해 신제품을 신어보고, 입어보고, 정보를 교환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패션브랜드 쌈지는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대형 문화공간 ‘쌈지길’을 열어 화랑, 디자인숍, 공예품 가게 등을 모아뒀다.

백화점들도 참살이시설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전주점과 광주점의 유아휴게실과 VIP룸에는 천연 도료로 도장을 하고 건강 벽지 등을 써서 건물에서 유해성분이 나오는 것을 차단했다. LG백화점 부천점은 9층에 스파와 대규모 피트니스센터를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곧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에 문을 열 패션몰 ‘패션 TV’는 이동통신회사, 전자회사, 게임회사와 제휴해 고객들이 첨단 제품을 즐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인공암벽 등반, 인라인 스케이팅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란우 씨(서울대 사회학과 2년)가 참여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