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고승철 칼럼]경기부양 대신 기업 다독여라

  • 입력 2005년 1월 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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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미리 알 수 있을까.

신(神)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미래 예측과 관련, 이지함(李之함·1517∼1578)과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가 생각난다. 이들은 동시대를 살았으며 생명력이 긴 예언서를 나란히 남겼다.

새해 운세가 궁금한 사람들은 이지함이 지은 ‘토정비결’로 갈증을 푼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제세기(諸世紀)’는 큰일이 터질 때마다 “이 책에 이미 예견된 사건”이라고 들먹여지는 예언서다.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도 “노스트라다무스가 벌써 예언한 재앙”이라고 누군가가 주장할지 모른다.

품격 높은 예언서에서 얻는 삶의 지혜는 인과율(因果律)이다. 수험생에겐 “뿌리고 가꾼 대로 거두리니 쉼 없이 땀 흘려라”는 처방이 나오지 않을까. 테러 참사에 대해서는 “뭇사람들아, 서로 미워하면 세상은 불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하는 경고를 찾을 수 있으리라.

경제의 미래도 몹시 궁금하므로 적잖은 전문가들이 경제 전망에 매달린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의 주요 일거리는 주식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 경제연구소 등은 나라 경제를 전망하고 문제점 예방책을 제시한다.

▼日의 뉴딜실패 교훈삼아야▼

경제의 앞날을 살필 때 음양오행 같은 걸 적용할 리는 없다. 하지만 경제예측이라 해서 통계수치만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심리적 요인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기업인, 근로자, 소비자들이니….

기업인들이 불안해서 투자를 꺼린다고 하면 그 심리상태를 존중해야 한다. “불안해 할 이유가 없는데 왜 불안하냐?”고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느끼는 당사자의 심리가 그렇다는 걸…. 정부는 기업들이 안심하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통치권자가 “시장경제원리와 맞지 않는 정책이 뭐가 있느냐”고 다그칠 게 아니라 정부는 기업들이 반(反)시장적이라고 여기는 정책들을 겸허한 자세로 살피고 고쳐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도 줄여야 한다.

올해 ‘경제전망 종합판’인 성장률 전망치를 보자. 정부는 5%대의 목표치를 내놓았다. 다른 국책기관이나 민간연구소들은 3∼4%대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무리한 수준인 이 목표치를 이루기 위해 나라 곳간을 활짝 열어서라도 경기를 띄울 작정인 듯하다. 4년간 12조 원을 투입하는 벤처활성화 대책도 내놓았다. 이에 앞서 한국판 뉴딜 정책도 발표한 바 있다.

민간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어디로 가고 정부가 앞장서서 경기를 살리겠다고 나서는가. 일본도 ‘잃어버린 10년’에 재정자금 등 123조 엔을 공공건설사업 등에 퍼부었지만 경기부양엔 실패했다.

올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 살리기’라고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가 이를 위해 나설 데 안 나설 데를 가리지 않고 마구 활개 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대규모 재정적자도 우려된다. 그럴수록 민간의 투자심리는 얼어붙는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주재하는 회의도 그들을 불편하게 할 따름이다. 해묵은 4개 쟁점 법안에 대한 공방전은 경제계를 피로하게 하는 요인이다.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를 걱정해야 할 때다.

▼정부가 앞장서면 역효과▼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들이 활기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인과(因果)의 법칙을 왜 모르는가.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기법으로 세계의 에너지 위기를 정확히 예견했던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 씨는 “미래의 실마리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어떤가. 오늘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밝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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