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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2월 29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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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는 등 일단 ‘재정의 확장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정한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경제에 있어 정부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첫째도 일자리, 둘째도 일자리”=재정경제부는 이날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창출이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재경부 이승우(李昇雨) 경제정책국장은 “매년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노동인력의 숫자를 감안하면 적어도 매년 4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국민들이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일자리 창출에 집착하는 것은 ‘일자리 증가→소득 증가→소비 증가→투자 증가’의 연결고리에서 일자리가 핵심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1%에 그치면서 일자리는 전년도에 비해 3만 개나 줄었다. 올해는 숫자상으로 4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상당수가 비정규직인 데다 20, 30대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소한 5%대의 성장을 해야 4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벤처기업과 서비스업의 창업을 유도하기로 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5% 달성’ 가능한가=정부는 공공분야에 연기금 등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종합투자계획이 계획대로 시행되고 기타 경기활성화방안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5% 달성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하고 상당수 민간연구기관들이 3%대의 성장률을 전망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5% 성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KDI는 4조 내지 5조 원 규모의 종합투자계획을 감안한 뒤 4%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경제상황을 봐가며 추가로 내놓을 ‘카드’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5%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성장률 ‘1%포인트’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힌 정책들이 과연 얼마나 기여할지가 불분명한 데다가 아직도 민간소비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5%대 성장률 목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야”=전문가들은 경제가 장기적으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민간의 활력이 살아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나성린(羅城麟) 교수는 “5% 성장목표 계획은 정부가 재정정책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가부채를 늘리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현재 시점에서 재정확대는 맞는 방향이지만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2005년 경제운용 방향 주요 내용 (자료:재정경제부) | |
| 정책과제 | 주요 내용 |
| 재정조기집행 및공공부문 투자확대 | -상반기 중 재정집행률을 59%까지 확대 -일자리 창출 관련 사업을 상반기 중 80% 이상 시행 -12개 주요 공기업 투자를 24조6000억 원 정도 추진 |
| 종합투자계획 | -공공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및 기존 민간투자사업 조기추진 -상반기 중 세부사업 확정하고 하반기부터 사업 착수 |
| 건설경기 위축방지 | -임대주택 10만 호 건설 및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 추진 -강북 재개발 및 신도시 개발사업을 통해 52만 호 주택건설 |
| 중소 벤처기업 활성화 | -공공기관 연구개발(R&D) 예산의 5% 이상을 혁신형 중소기업 지원 -1조 원 규모의 중소기업투자 조합 조성 |
|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 -총리 주재 ‘서비스산업 관계 장관회의’ 신설 -서비스업에 불리한 차별적 제도 개선방안 마련 |
| 규제개혁 가속화 | -부처별 규제개혁 노력 및 실적 평가해 공개 -상반기 중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제정 |
| 사회 안전망 강화 | -최저 생계비를 평균 8.9% 인상하고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확대 -저소득층 11세 이하 아동에 대한 의료급여 신규적용 |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재원조달 확정안돼… 재정악화-국민부담 늘수도▼
경제운용계획이 내년도 한국경제의 ‘목표’라면 종합투자계획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종합투자계획의 기본 방향은 정부가 투자계획의 밑그림을 제공하되 민간은 건설 및 운영을 담당하라는 것. 사업비는 민간 금융회사와 연기금 등으로부터 조달하고 정부는 이들에게 ‘국채금리+α’의 수익률을 보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기금 활용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재정부담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하면 종합투자계획이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떤 내용 담겼나=정부는 도서관 건축 등 민간투자가 가능한 사업의 아이디어를 모아 이날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아이디어는 기획예산처의 타당성 분석을 거쳐 조정될 예정이어서 구체적인 사업은 내년 2월경에나 제시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BTL(Build-Transfer-Lease)’ 모델을 제시했다. ▽효과는 미지수=정부는 종합투자계획이 △청년실업자에게 일자리를 △금융자금과 연기금에 ‘매력적이고 안전한’ 투자처를 △국민에게 생활편의시설을 각각 제공하므로 모두에게 ‘상생(윈윈) 효과’가 나타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재원 중 하나인 연기금 동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데다 관련법도 통과되지 않아 재원조달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또 종합투자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재정악화와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순천향대 경제금융학부 김용하(金龍夏) 교수는 “종합투자계획 같은 단기부양책은 성장잠재력 확충에 도움을 못 주고 또 하나의 가수요(假需要)를 만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국가 전체의 장기 전략을 우선 마련하고 이에 따른 실천방안을 내놓아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각 부처가 제안한 민간투자 대상사업(자료:재정경제부) | |
| 부처 | 주요사업 |
| 교육인적자원부 | 초중등학교 노후 교사 증·개축, 체육관 신·증축 국립대 기숙사 시설 확충 부산대병원 건축 등 8개 사업 |
| 환경부 | 하수관거 신설 및 노후 관거 교체 노후 수도관 정비 등 4개 사업 |
| 보건복지부 | 노인의료시설 재가노인복지시설 확충 노인복지회관 확충 등 3개 사업 |
| 문화관광부 | 문화·예술시설 건축(도서관 박물관 문예회관) |
| 국방부 | 군 주거시설, 내무반 증·개축 |
| 노동부 | 기능대학 시설확충 등 4개 사업 |
| 경찰청 | 경찰서 개축 등 5개 사업 |
| 여성부 | 보육정보센터 등 3개 사업 |
| 재정경제부 등 8개 부처 | 국유지를 활용한 공공청사 건설 |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BTL이란:
민간자본이 시설을 짓고 소유권을 정부에 넘긴 뒤 운영권을 확보해 리스를 통한 임대료 수익을 얻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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