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에 부는 ‘전자제품 韓流’…“한국 TV는 브라질 명품”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7시 53분


코멘트
브라질 상파울루시 모에마 거리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 패스트숍을 찾은 현지 고객들이 LG전자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위쪽). 상파울루축구클럽 팬들이 7일 모룸비 경기장에서 이 팀 공식 스폰서인 LG전자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고 있다. 상파울루=박중현기자
브라질 상파울루시 모에마 거리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 패스트숍을 찾은 현지 고객들이 LG전자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위쪽). 상파울루축구클럽 팬들이 7일 모룸비 경기장에서 이 팀 공식 스폰서인 LG전자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고 있다. 상파울루=박중현기자
《“우∼우우우, 상파울루∼.” 7일 오후 6시반경 (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시 모룸비 경기장에 모인 2만여명의 상파울루축구클럽(SPFC) 팬들은 이 팀의 공격수 그라피티가 선제골을 넣자 환호성을 터뜨렸다. SPFC 팬들이 입은 유니폼 가슴에는 이 팀 공식 스폰서인 LG전자 로고가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이 경기장 좌석은 ‘LG플라스마’ ‘LG셀룰러(휴대전화)’ 등의 이름으로 구분된다. 인구 1억8000만명, 국내총생산 세계 13위인 브라질의 최대 도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국 전자업체의 위상이었다.》

▽한국 전자제품 인기 급상승=“4∼5년 사이에 한국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확 바뀌었습니다. 특히 LG전자 TV는 들여놓기 무섭게 팔려 나갑니다.” 상파울루시 모에마 거리에 있는 전자제품 전문점 ‘패스트숍’의 자니나 호밍저 총괄매니저의 얘기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LG전자는 현재 브라질 TV 시장의 24.5%, DVD플레이어 시장의 25%를 장악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브라질 모니터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휴대전화도 중·고가품 시장에서 두 업체가 각각 4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브라질 법인의 변창범(邊昶範) 마케팅담당 부장은 “1998년 이후 브라질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철수했지만 한국 업체는 마케팅을 오히려 강화해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졌고 최근 내수가 살아나면서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최근 현지의 경제 전문 월간지인 ‘디네이루’가 선정한 전자·통신분야 업체 중 1등 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브라질 도시들 “한국 기업을 유치하라”=브라질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상파울루주 캄피나스시는 올해 3월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을 유치하면서 세금 등에서 큰 폭의 혜택을 줬다. 삼성전자 중남미총괄 임중호(任重浩) 차장은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노동자당(PT당) 정부가 들어서 있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고 노사분규도 거의 없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대단히 협조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파울루시에서 북동쪽으로 150km가량 떨어진 타우바테시의 LG전자 공장은 휴대전화 라인 증설을 위한 터 닦기 작업에 한창이다. 타우바테시는 LG전자를 유치하기 위해 1997년 50여만평의 땅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법인세, 유통세 등을 감면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과의 경쟁 격화될 듯=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KOTRA 주최로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한국 일류 상품 종합전시회’에 참석한다. 이보다 하루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같은 도시에서 열리는 중국 상품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의 김건영(金健榮) 관장은 “브라질의 자원을 필요로 하는 중국은 최근 급속히 양국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의 진출도 활발하다”면서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을 놓고 한국과 중국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상파울루=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LG전자 조중봉 브라질법인장 “축구팀 후원 등 마케팅도 큰 몫”▼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기업이 성장할 기회도 커집니다. 브라질이 바로 그런 시장입니다.”

조중봉(趙重鳳·상무·사진) LG전자 중남미 사업담당 겸 브라질 법인장은 한때 철수까지 고려됐던 LG전자 브라질 법인을 매년 6000억원 이상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2002년 초 취임한 조 법인장은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2002년 말을 꼽는다. 그해 10월 대통령선거에서 PT당의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해외자본은 급속히 빠져나갔고 일본 업체들은 잇따라 ‘탈출’했다.

“남미 최대국인 브라질을 포기하면 남미 사업 전체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재고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축구팀 후원 등으로 마케팅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선거 이후 상황은 유리한 쪽으로 반전됐다. 룰라 정부는 우려와 달리 성장과 수출을 강조하는 ‘시장경제 정책’을 폈고 브라질 경제는 급속히 회복됐다. 이후 2년간 LG전자 브라질 법인의 흑자는 이전의 적자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았다.

조 법인장은 “올해 이익 대부분을 현지 생산설비 확충에 투자해 휴대전화와 모니터 등의 생산량을 크게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파울루=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