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주택자 양도세 껑충 뛴다는데… 강남-분당 급매물 솔솔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8시 13분


서울 강남권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 1년 새 20% 이상 떨어진 값에 아파트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아직 급매물이 많지는 않지만 가격 하락 폭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1가구 다(多)주택자들이 내년부터 늘어날 세금을 의식해 한 채 이상의 집을 처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가구 3주택자의 양도소득세는 올 연말까지 양도차익의 9∼36%(2년 이상 보유)에서 내년 에는 양도차익의 60%로 늘어난다.

분양 및 컨설팅업체인 엠디엠 문승석 사장은 “1가구 다주택자들이 11, 12월 매물을 대거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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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집을 팔지 못하면 다주택 소유자들이 양도소득세 부담을 의식해 장기 보유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급매물 소폭 증가=로열층의 경우 작년 말 7억원을 웃돌았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이 최근 5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매물은 5억5000만원 선.

송파구 잠실동 행운공인중개사무소 박헌순 실장은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34평형이 5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는데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34평형은 지난해 7억원을 호가했다. 1년 새 30%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분당에서도 20∼30평형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고 있다. 정자동과 구미동에 신규 주상복합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오래 된 기존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고급 아파트가 많은 서현동 시범단지에서는 일반 시세보다 10∼20% 싼 급매물만 거래되고 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 초 5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서현동 삼성아파트 32평형은 최근 4억2000만원에도 거래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으로 급매=K씨는 2002년 5월 3억9000만원에 강남구 대치동의 31평짜리 아파트를 샀다. 1가구 3주택자인 그는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안에 이 아파트를 처분할 계획이다. 현재 시세는 5억5000만원. 양도차액은 1억6000만원.

올해 안에 아파트를 처분할 때 양도소득세는 4590만원(1억6000만원×0.36―1170만원)이다. 내년에 처분하면 양도소득세가 9600만원(양도차익의 60%)으로 올라간다. 올해 아파트를 팔지 못하면 501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더 물어야 한다.

보유기간과 양도차익에 따라서 올해 집을 팔 때와 내년에 팔 때의 양도세 차이가 억대에 이른다. 분당구 서현동 서울부동산 정인숙 사장은 “자녀에게 주려고 마련했던 중소형 평형을 처분하려는 1가구 다주택자들이 꽤 있다”며 “이 때문에 대형평수보다 30평형대 이하의 하락 폭이 크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분양권은 매물 적어=다주택자들은 중소형 및 기존 아파트를 우선 내놓고 새 아파트나 분양권은 보유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 50평형은 매물이 2, 3건에 불과하다. 대치동 아이파크 분양권도 매물이 적은 편. 대치동 동부 센트레빌 45평형 분양권은 로열층의 경우 15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개업계는 매물이 늘수록 새 아파트 및 분양권과 기존 아파트의 가격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5개월간 강남과 분당의 아파트 시세 변화(단위:만원)
위치아파트평형4월 말9월 말
서울강남구개포동대청2234,50030,500
대치1727,00022,750
대치동쌍용1차46105,000100,000
강동구명일동삼익그린1차1821,50019,000
송파구신천동미성1935,50030,500
오륜동올림픽선수기자촌52126,500105,000
3460,50053,000
49106,50093,500
경기성남시분당구야탑동매화주공3단지1514,50012,500
장미현대2328,00024,000
정자동상록보성, 임광2632,50028,000
이매동이매금강2125,50022,500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강남권 동시분양도 3순위서 겨우 채워▼

서울 9차 동시분양에 나온 387가구 중에서 156가구가 미달됐다. 올 초만 해도 100 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강남 공급 물량도 2 대 1을 넘기지 못하고 마감됐다.

금융결제원은 11일 9차 동시분양에서 서울 및 수도권 1∼3순위 청약접수를 모두 마감한 결과 총 387가구 중 40%가 넘는 156가구가 미달됐다고 12일 밝혔다.

도곡동 도곡2차 아이파크의 경우 대형 평형인 53∼70평형(평당 분양가 1600만∼1855만원)으로 이루어졌지만 28가구 모집에 42가구만 청약접수를 했다. 그나마 61, 62평형의 경우 2, 3순위에서 정원을 넘어섰다.

최근 1년간 강남권에서 1순위 청약이 미달된 것은 10·29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1차의 방배동 황실자이, 올해 1차 방배 3차 e편한세상 두 곳에 불과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워낙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강서구 화곡동 ‘명지 해드는 터’는 26가구 모집에 20가구, 동작구 대방동 신일해피트리는 60가구 모집에 22가구, 성북구 정릉동 현대홈타운 2차는 113가구 모집에 41가구가 미달됐다.

소규모 단지 분양이 많았던 관악구도 신림동 서초그린빌이 37가구 모집에 30가구, 남현동 예성그린캐슬이 64가구 모집에 35가구가 미달됐다. 봉천동 반석푸른숲만 38가구 모집에 44가구가 청약에 참여해 비(非) 강남권에서 유일하게 정원을 넘어섰다.

네인즈 조인숙 리서치팀장은 “경기 불황과 수요심리 위축, 이에 따른 건설업체들의 공급물량 감소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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