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쇼크, 대기업들 비상대응

  • 입력 2004년 8월 15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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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국의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오일 쇼크’에 대비해 올해 초에 세웠던 사업계획을 재조정하면서 하반기 경영 목표를 낮춰 잡거나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와 소비의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영목표를 수정하는 등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의 위축과 국내 경기 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목표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호조로 올해 상반기(1∼6월)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던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투자와 지출을 자제하면서 현금 유동성 관리를 강화했다.

현대차는 최근 국제유가와 국내 경기를 고려해 올해 내수판매 목표를 당초 71만대에서 60만5000대로 낮췄고 기아차도 41만5000대에서 29만5000대로 하향조정했다.

LG전자는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사업부 단위로 ‘TDR(Tear Down & Redesign) 활동’을 벌이고 있다. TDR란 기존의 생산 공정을 완전히 분해한 뒤 새로 디자인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이다.

LG전자측은 “가전부문의 경우 연평균 국제유가(중동산 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35달러에서 45달러로 오르면 재료 구매비가 2% 오르며 55달러로 오르면 4%, 65달러로 오르면 6% 상승한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비해 생산과정 자체를 뜯어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항공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이미 고유가에 따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고경영자가 참석한 가운데 수시로 유류절감 대책회의를 열어 목표치를 점검하고 있으며 15일부터 운임을 평균 4∼5% 인상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유가 인상으로 인한 올해 추가 비용부담을 각각 4000억원, 12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석유화학측은 “고객인 화학섬유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고 있어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다”면서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수출의 비중을 지난해 말 28%에서 올해 말에는 35%까지 크게 늘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화섬업체인 코오롱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원가 절감, 거래처 다변화 외에는 대책이 없다”면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하반기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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