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오재인/IT업체, 내부불만을 다스려라

  • 입력 2004년 8월 9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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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인
명나라 말의 명장 오삼계는 진원원이라는 기녀에게 반해 거금 1000냥을 주고 그를 첩으로 맞는다. 당시 만주 지역을 평정한 청나라 태종이 중원을 치기 위해 14만의 군사를 이끌고 오자 오삼계는 숭정제의 명을 받아 진원원을 남겨 둔 채 50만 군사를 이끌고 만리장성의 동쪽 끝 산해관의 전장으로 떠났다.

대(對)청 전투에서는 거듭 패하고 내부적으로는 이자성의 농민반란군에 베이징을 점령당하는 등 고전하던 명나라는 오삼계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오삼계는 이자성 군이 자금성을 유린하고 애첩 진원원도 접수했다는 소식에 격분해 산해관을 열어 청군에 투항하고 그 선봉에 서서 중원으로 향했다.

이렇게 중국 역대 왕조가 수천년에 걸쳐 구축한 만리장성은 내부의 적 앞에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사기충천한 14만군이 무기력한 50만 대군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

최근 정보기술(IT)의 해외유출이 심각하다는 정보통신부 발표가 있었다. 유출자의 69%는 퇴직사원, 17%는 현직사원으로서 내부 관련자가 태반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IT의 유출로 우리 기업의 매출이나 손익 감소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보보호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간 정보보호를 침해하는 주범은 외부인보다 내부인이며, 내부인에 의한 정보유출이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됐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연구개발이나 판매에만 매달리고 정보보호에는 거의 돈을 들이지 않는다. 내부인에 대한 정보보호 관리는 특히 미흡하다.

명나라 패망의 주원인이 내부인 때문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IT관련 내부인에 대한 불만족 관리, 정보보호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 제고, 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

오재인 단국대 교수·경영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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