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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6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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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클럽이 문 닫은 시간이라도 집에 들어가서 운동할 수 있어 좋다"는 이씨는 "러닝머신 소비자가격이 70만~80만원선이어서 차라리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고장 등 관리하기가 힘들어 그냥 빌려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빌려 쓰기'가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정수기, 연수기, 비데 등으로 한정돼있던 빌려 쓰기의 대상이 컴퓨터 아이스박스 텐트 헬스장비 캠코더 그림 장난감 유아용침대 등 생활용품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
특정한 시기에만 필요한 고가의 장비를 싼 값에 이용할 수 있고, 보관과 관리에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대여업체들이 아직까지 대체로 영세한 편이고 표준약관이 법률적으로 규정돼있지 않아 사전에 계약을 잘 해둬야 분쟁이 생겼을 때 손해를 입지 않게 된다.
▽이래서 좋다=한국렌탈협회 추친위원장 전성진 리피아닷컴 사장은 "렌탈업체들은 보통 여러 번 대여해 줘야하기 때문에 브랜드력이 있는 고가의 장비를 사기 마련"이라며 제품의 우수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행사용품처럼 한 번 쓰고 말 때는 특히 좋다. 단기 프로젝트, 전시회, 세미나, 교육, 시연회 등 일년에 한두 번 있는 행사를 위해 비싼 장비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
고가의 제품은 사기 전에 테스트하는 차원에서 대여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 업그레이드 속도가 빠른 제품의 경우 대여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무엇보다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민병우씨(35) 부부는 한 달에 3만원을 내고 유아용 미끄럼틀, 실내용 자동차 등을 빌려 쓴다.
"아이가 장난감을 금방 싫증내는데 부피가 큰 장난감을 사면 집안에 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빌리기 시작했다"며 "품질이 괜찮고 자원재활용 차원에서도 좋은 것 같아 앞으로도 이용할 계획"이라는 게 민씨의 말.
▽이런 점에 유의하라=렌탈회사들은 직원이 물건을 직접 가져와서 현장에서 물건을 확인한 뒤 빌려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물건이 도착했을 때 결점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처음에는 좋다고 했다가 직원이 떠난 뒤 "알고 보니 결점이 있었다"는 주장은 먹히지 않기 때문.
이처럼 직원 배송 시스템이라 렌탈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활성화돼있다는 점도 한계다. 한국렌탈협회에서는 앞으로 '공동 물류망'으로 전국 배송 시스템을 만들 계획.
계약서를 체결하기 전에 약관을 한 글자도 빼놓지 말고 읽어야 한다. 렌탈업과 관련된 표준약관이 아직 제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법률적 보호는 해당 회사의 약관을 토대로 받게 된다.
물건을 쓰다가 고장 냈을 경우, 잃어버렸을 경우 등 생길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약관을 확인한다. 만일 약관에 없다면 계약서를 쓸 때 이를 명시해야 한다.
직장인 이종혁씨의 경우 계약에 앞서 "러닝머신이 고장 났을 경우 같은 기종으로 교체해준다"는 약속을 받았었다.
대부분 업체들은 소비자가 물건을 잃어버리면 약간의 감가상각을 고려해 제품값을 받는다. 이 때의 단가는 중고시장 시세보다 비싸다. 예를 들어 200만원짜리 컴퓨터라면 6개월 동안 써서 중고시장에서는 100만원도 안나간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는 150만원을 물어내게 한다. 물건을 대여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영업 손실도 포함시켰기 때문. 소비자가 "새 컴퓨터를 사서 주겠다"고 해도 안 된다. 정품인지, 애프터서비스(AS)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렌탈은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행사장 테이프커팅 장비일체가 '하루에 10만원'으로 표현돼있다면 하루가 24시간을 뜻하는지, 하룻밤을 뜻하는지를 명확히 해둬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만일 이런 사항을 확인해달라고 소비자가 요구했는데도 업체에서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업체에 책임을 지울 수 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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