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요즘 어떤 주식 사지?”

입력 2004년 6월 10일 18시 19분

‘증시가 주저앉고 있는데 남들은 도대체 무슨 주식을 살까.’

주식시장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가가 싸다는 것은 알지만 원하는 수익률을 낸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주가 하락이 시작된 5월 이후에도 꾸준히 5% 이상 지분 매입을 신고하고 있다. 이 중에는 이름이 생소한 중소형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런 움직임은 해외투자자가 한국 증시에 등을 돌렸다는 암울한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런 종목, 이래서 샀다=도이치인베스트먼트는 10일 코스닥 종목인 심텍 주식을 40만주 사들였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지분은 기존 11.03%에서 12.50%로 높아졌다.

심텍은 통신용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만드는 회사로 최근 LG전자에 3세대 휴대전화용 PCB 납품을 시작했다. 회사측이 밝힌 올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목표치는 각각 1543억원(작년 대비 74% 증가)과 192억원(380% 증가). 심텍은 6월 초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이런 계획을 밝혔다.

피델리티펀드는 9일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 지분을 6.36%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에이스디지텍은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며 5월 급락장에서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 종목이다. 7월부터 새 공장에서 본격 양산될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편광필름 덕분에 실적이 좋아진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일본계 투자회사인 ‘저팬 롱 쇼트 케이먼 파트너스’는 예당엔터테인먼트를 34만6800여주 샀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말 첫 신고한 지분 6.43%를 9%까지 높였다. 일본 시장에서 ‘겨울연가OST’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매출액이 급증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이 밖에 빛과전자, 상화마이크로, 백산OPC 등도 외국계 펀드가 입질을 시도한 코스닥 종목들이다.

▽외국인 ‘러브콜’ 이후=거래소에서는 경동도시가스(OCM이머징마켓펀드) 극동전선(안홀드) 금호전기(피델리티펀드) 광케이블 전선주인 넥상스코리아(퍼스트 이글 오버시스 펀드) 등이 최근 외국인투자자의 지분매입을 신고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시장이 안 좋아도 개별적으로 실적이 뒷받침되거나 독점력이 있는 업종 내 1등 종목에는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스닥 기술주들은 고유가나 중국 쇼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점에서 고려 대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외국인의 매매가 단기화되고 있는 만큼 ‘무엇을 왜 샀느냐’보다 ‘언제 팔고 나가느냐’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외국인투자자의 매매회전율(거래대금 규모/시가총액)은 89.2%까지 높아진 상태.

웅진코웨이와 크라운제과, 대우인터내셔널 등 최근 외국계 펀드가 ‘팔자’ 물량을 대거 내놓은 종목들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지분매입 신고한 거래소 종목
회사	보고자	지분(%)	증감(주)
경동도시가스	OCM이머징마켓펀드	9.56	3만4520
극동전선	안홀드 앤드 S.블레이크뢰더어드바이저스, LLC	8.14	7만4330
금호전기	피델리티펀드	10.64	24만6652
넥상스코리아	퍼스트 이글 오버시스 펀드	10.53	150만
농심	CGII	6.20	5만8680
대구백화점	도이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아메리카	8.77	19만1960
대림산업	CRMC	11.63	83만7360
대한해운	골라엘엔지	19.90	29만4280
삼익LMS	ARISAIG	8.80	10만7080
신도리코	JFA에셋매니지먼트	6.09	10만6380
쌍용자동차	JFA에셋매니지먼트	11.07	152만8160
전북은행	더 코리아 펀드	7.94	39만4150
전북은행	도이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아메리카	8.85	44만1300
케이티	CRMC	6.10	299만8790
하이트맥주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6.08	20만4630
자료:증권거래소

최근 외국인이 5% 이상 지분매입 신고한 코스닥 종목
종목	보고자	취득 주식 수(주)	지분(%)
심텍	도이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아메리카	40만	12.5
예당	저팬 롱 쇼트 케이먼 파트너스 L.P.	34만6870	9
에이스디지텍	피델리티 펀드	105만1878	6.36
아이디스	제네시스 스몰러 컴퍼니스 SICAV	53만3400	5.36
백산OPC	프루덴셜 생명보험	84만2924	5.51
한우티엔씨	ING은행 런던지점	51만7157	5.91
상화마이크로	ARISAIG 한국펀드	30만	5.21
빛과전자	피델리티펀드	29만4589	5.32
세진티에스	UBS AG	10만4513	7.55
세진티에스	UBS AG	21만2377	5.06
자료:코스닥 증권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