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누르니 리모델링 ‘불쑥’

  • 입력 2004년 5월 19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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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신고제, 개발이익 환수제 도입 추진 등으로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외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부동산 상품은 반사이익을 얻으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 규제로 한 곳을 누르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풍부한 시중 자금이 다른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이른바 ‘물풍선 효과’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재건축 이익환수제에 포함되지 않는 리모델링 아파트, 주택거래신고제 대상이 아닌 아파트 분양권과 경매물건 등이 정부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는 대표적인 부동산으로 꼽히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하향, 리모델링은 상승=부동산 중개업계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지난달 26일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이후 20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단지별로 보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의 시세는 신고지역지정 전 6억7000만∼6억9000만원이었다. 신고지역 지정 이후 이 아파트는 거래가 거의 끊어진 가운데 호가(呼價)가 6억4000만∼6억7000만원으로 2000만∼3000만원 떨어졌다. 개포 주공1단지 15평형은 5억8000만∼6억원에서 5억6000만∼5억9000만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최근 한달 사이 1000만∼1500만원 정도 올랐다. 리모델링은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가 도입되더라도 적용되지 않는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압구정동 미성1차의 경우 지난달 LG건설이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나왔던 매물이 도로 들어가면서 58평형의 호가(呼價)가 2500만원 오른 13억∼15억원에 형성됐다. 다른 평형들도 500만∼2500만원 올랐다.

▽분양권, 세금 낮아 반사이익=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분양권을 사면 취득세, 등록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기존 아파트는 실거래 가격 기준으로, 분양권은 최초 분양가 기준으로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분양권 시세는 신고지역 지정 이후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 삼성래미안 44평형은 4월 중순에는 7억1000만∼8억2000만원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상한가가 8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입주가 올해 9월로 임박한 데다 분양권을 사면 취득 및 등록세를 분양가 기준으로 내는 것도 상승세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억6400만원으로 입주 뒤에 사는 것보다 취득 등록세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45평형 분양권을 사면 취득·등록세가 3984만원이지만 입주 후 이 아파트를 사면 주택거래신고제 적용을 받아 취득·등록세를 8990만원 내야 한다. 분양권을 사면 5006만원의 세금을 덜 무는 셈이다.

▽경매시장에 눈길 쏠려=주택거래신고 대상 지역 및 후보 지역의 주택을 경매로 장만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낙찰되는 가격도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경매정보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의 경우 5월 들어 14일까지 낙찰된 아파트 6건의 평균 낙찰가율은 83.2%로 나타났다. 낙찰가율이란 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이다. 3월 80.6%, 4월 80.4%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입찰경쟁률도 6.83 대 1로 1∼4월 평균 6.1 대 1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이달 18일 김포시 풍무동 양도마을 서해아파트 52평형 입찰에서는 11명이 응찰해 감정가 2억6500만원의 91%인 2억4180만원에 낙찰됐다.

유니마이더스 양석진 이사는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이후 매매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오히려 낙찰가율이 떨어진 지역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및 리모델링 아파트 가격 추이 비교
4월 26일 이전 시세5월 19일 시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재건축 아파트)
6억7000만∼6억9000만원6억4000만∼6억7000만원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3단지
16평형(재건축 아파트)
6억9000만∼72000만원6억7000∼7억2000만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1차
58평형(리모델링 아파트)
12억5000만∼15억원13억∼15억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
57평형(리모델링 아파트)
8억5000만∼9억8000만원8억8000만∼10억원
자료:닥터아파트

주택거래신고지역의 주택 매입 유형별 세금 현황 (단위:만원)
아파트분양가분양권시세분양권을 살 때 취등·등록세입주후 살 때 취득·등록세세금차이
대치동 동부45평68,700155,0003,9848,9905,006
개포동LG 자이48평56,080130,0003,2527,5404,288
용산 시티파크69평119,400170,0006,9259,8602,935
문정동 삼성래미안33평24,20060,0001,4033,4802,077
분당 파크뷰71평64,225120,0003,7256,9603,235
천안 불당동 현대아이파크34평14,7002,37008521,374522
자료:현도컨설팅(www.hyundc.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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