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꼬이는 노사관계, 정부가 부추기나

  • 입력 2004년 5월 18일 18시 53분


대우종합기계 노조와 직원으로 구성된 지분매각공동대책위원회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매각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쌍용자동차 노조는 국내 생산물량 결정과 해외공장 설립 등에 대한 경영참여를 단체협상에서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것이 직간접적으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덕분에 살아남은 회사의 노조가 취할 온당한 태도일까.

대우종기와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중공업에는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대우종기를 제값 받고 제때 팔지 못하면 공적자금 부담자인 국민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대우종기 공대위의 매각 방해는 다른 공적자금 지원 기업의 처리에도 영향을 끼쳐, 회수되지 않은 약 100조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총체적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쌍용차 노조의 요구도 매각을 어렵게 할 소지가 많다. 급변하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해외공장 설립과 생산관리에 일일이 노조의 뜻을 받들어야 하는 기업을 제값 치르고 인수할 바보가 있을까.

그런데도 고위관료들이 이런 노조의 행태를 결과적으로 조장하는 모습을 보이니 개탄스럽다.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지난해 네덜란드식 노사모델 발언으로 노동계의 경영참여 요구를 부채질했고, 최근에는 대우종기 노조측을 거들고 나서 이번 사태의 단초를 일부 제공했다. “노조의 경영참가는 대체적 경향”이라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지난주 발언도 분란의 싹을 키웠다.

그렇지 않아도 강성노조가 투자유치의 최대 걸림돌인 나라에서 경영책임을 지지 않는 노조의 경영개입이 일상화한다면 투자위축과 산업공동화(空洞化)만 깊어질 뿐이다. 고위관료라면 냉엄한 경제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발언이 낳을 현실적 파장부터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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