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영참여’ 올 단협 태풍의 눈

  • 입력 2004년 5월 18일 17시 58분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마찰이 예상된다.

재계는 이 문제가 올해 노사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되면 국내 경제의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 참여 논란 재점화=노조의 경영 참여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대우자동차 등 완성차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두고 일제히 제기했다.

이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노조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이 진행 중인 대우종합기계의 생산직 사무직 노조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가 최근 민주노동당과 연대해 회사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노조의 경영 참여 문제가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완성차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는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회사 경영의 주요한 문제에 대해 노사가 공동으로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아차 노조는 노조 대표자의 이사회 참여, 노조가 지명하는 사외이사 1명 선임, 노사 각각 5명 이상 동수로 구성된 징계위원회 구성 등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대우차 노조도 회사가 반기 및 분기별 계획을 노사협의회를 통해 통보하고 시행 과정에서 이의가 있으면 별도로 협의하기 위해 노사 특별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노조 간부 6명과 노조 추천 전문가 1명의 이사회 참여 보장과 함께 회사의 정책 사항 관련 회의 및 이사회 개최시 노조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했다.

각 회사 노조는 아직 본격적인 노사 협상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상급 노동단체는 물론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단체협상이 없어 경영참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재계, 수용 불가=재계는 노동계의 요구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경영권 본질에 대한 침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노조의 요구는 해외공장 이전시 노사 합의 의무화 등 회사의 경영권 행사에 일일이 개입하는 수준”이라며 “노조의 경영 참여는 고도의 정책 결정과 신속한 의사 결정을 가로막아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독일의 감사회와 근로자 경영참여’라는 보고서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주주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고 독일에서도 부정적인 측면이 노출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가 올해 노사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경우 쌍용차의 해외 매각과 대우종합기계의 매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경영진의 고유권한인 경영권 침해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노조의 이런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서까지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은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영 참여 논란이 격화되면 노사 마찰 등으로 사회 경제적 비용이 늘어나고 경제회복이 늦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이수봉 교육선전실장은 “노조의 경영 참여는 노동자의 책임의식을 높이는 등 긍정적 측면도 많은데 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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