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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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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증시의 주가급락은 대책이 없어 보였다. 올해 들어 왕성하게 주식을 사 모으던 외국인들이 매수를 그치고 ‘팔자’세로 돌아서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외국인이 파는 물량을 국내 기관투자가나 개인들이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면서 소량의 매물에도 주가는 힘없이 밀렸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내증시의 취약한 수급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주가반등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취약한 수급(需給)=이날 증시는 ‘수급은 재료에 앞선다’는 증시 속설을 그대로 입증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18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도물량은 고작 520억여원에 그쳤다. 그런데도 주가는 3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한 증시전문가는 “증시에선 그 어떤 호재보다 수급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파는 외국인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날 120일 주가이동평균선(849)이 무너진 것도 ‘팔자’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120일선은 최근 6개월간의 주가를 평균한 것으로 이것이 무너지거나 곧바로 회복하지 못하면 주가의 추세가 바뀔 수도(상승에서 하락으로)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작년 3월말 이후 상승장세에서 120일선이 한번도 깨지지 않았다는 것.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전무는 “중국 쇼크나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악재”라며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물이 동시에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해석했다.
▽손놓는 국내투자자들=유럽 최대 투자은행인 UBS는 지난주 아시아태평양 증시에서 16억달러의 투자자금이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UBS가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은 4월 27일∼5월 6일 7일 연속(거래일 기준) 모두 2조5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국내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은 각각 9300억여원, 85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하지만 개인자금의 경우 반등시 차익을 위해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단기투자자금이라는 분석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조정시 증시에 들어온 개인자금들은 시장이 반등을 보일 경우 예외없이 팔고 빠져나갔다”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들이 순매수한 지난달 26일 이후 실질 고객예탁금은 오히려 2500억원가량 감소했다.
기관투자가들에게 ‘매수’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 등은 지수 900선 이상에서 무려 7000억∼8000억원의 주식을 팔았다”며 “투신사도 신규자금이 모이지 않아 주식을 살 여력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해외증시가 호전되고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조정 또는 추가적인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차익실현을 위한 외국인 매도가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기를 점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수급이 무너진 상황에서 ‘120일선’ 등 기술적 지표는 무의미할 수 있다”며 “7일 미국의 4월 고용보고서가 좋게 나오면 다음주부터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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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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