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 논란 가열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04분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기업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와 한나라당은 출자총액제한제가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를 가로막는 ‘주범’이라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열린우리당은 출자와 투자는 다르며 투명경영 관행이 자리 잡힐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까지 가세해 기업규제의 핵심인 출자총액제한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정위 압박하는 재계=출자총액제한제 논란이 가열된 것은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개정방침에서 비롯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담긴 내용들을 공정거래법에 반영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출자총액제한제는 현재의 골격을 유지하되 다양한 졸업기준을 마련하고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재계는 출자총액규제가 대기업의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며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을 계기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말 출자총액규제로 인해 13개 규제대상 그룹 중 9개 그룹이 투자를 포기한 사례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반격에 나선 공정위=공정위는 ‘투자와 출자는 다르다’며 재계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는 A회사가 B회사에 출자하고, B회사는 다시 C회사에 출자하는 식의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총수가 적은 돈으로 수십개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한국식 기업지배구조’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명칭을 ‘타회사 주식보유 한도제’로 바꾸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몇 가지 오해’라는 제목의 재계의 논리를 반박하는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재계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바라보고 있지만 공정위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제도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 논란 계속될 듯=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 정부 일각에서조차 “출자총액제한제가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면 손질해야 한다”며 재계를 편들고 나서며 공정위는 사면초가에 몰리는 듯 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3일 공정위와의 당정협의에서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될 때까지 당분간 필요하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줘 부처간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문제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

한나라당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노동당은 오히려 이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각종 예외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나면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총자산이 5조원을 넘는 대기업 집단에 소속된 회사가 순 자산(해당 회사의 자본금에서 다른 계열사가 출자한 금액을 뺀 것)의 25% 넘게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대기업 집단의 지배력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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