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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9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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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달 정부가 배드뱅크 설립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신용불량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정부 대책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면서 신용불량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9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 수는 세금 체납자 및 법원 채무불이행자(15만190명)를 포함해 391만8507명으로 전월(382만5269명)보다 2.4%(9만3238명) 증가했다.
신용불량자 증가율이 지난해 10월(2.69%) 이후 4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5개월 만에 급증세로 반전된 것이다.
▽5개월 만에 급증한 신용불량자=신용카드 관련 개인 신용불량자는 2월 말 250만6742명에서 지난달 259만1370명으로 3.38%(8만4628명) 증가하면서 전체 신용불량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업권별로는 신용카드사 신용불량자 수가 지난달 9만6860명(전월 대비 5.09%)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보증보험회사 3만2197명(3.23%) △상호저축은행 2만6659명(4.00%) △할부금융회사 2만2418명(2.89%) 등의 순이었다.
성병수(成秉洙)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내수회복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잠재 신용불량자들이 계속 편입되는 과도기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내수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야 신용불량자 수도 가시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드뱅크가 주범이다=H상호저축은행 임모 채권관리본부장은 “3월 들어 배드뱅크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채권 회수율이 40%가량 떨어졌다”면서 “채권추심을 위해 채무자에게 연락하면 ‘배드뱅크 서비스를 받겠다’는 응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배드뱅크 신청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도 정부가 조만간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 초부터 원금의 10%를 선납하는 조건으로 원금 일부 탕감, 금리 인하 등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지만 원금의 3%만 갚아도 되는 배드뱅크 논의가 나온 뒤부터는 신청자가 거의 없어졌다”고 전했다.
J은행 신용관리부 담당자는 “특히 올 하반기부터 시행 예정인 개인채무회생법은 사채까지 탕감해주는 과감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를 기다리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면서 “4월 이후에도 연체율이 좀처럼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신용불량자가 급증세로 돌아선 것은 신용카드사들이 대환대출 전환 심사를 강화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대환대출을 ‘1개월 이하 연체율’에 포함시킬 방침이어서 신용카드사들이 대환대출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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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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