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선 질수없다” CJ-오리온, 투자 확대

  • 입력 2004년 4월 11일 17시 57분


설탕 과자 등 식품산업에서 출발한 CJ와 오리온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격돌하고 있다.

양 그룹은 영화, 케이블TV, 외식, 공연 등 ‘먹고 보고 즐기는 것’에 관한 사업에서 모두 경쟁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것.

CJ가 이번에 플레너스를 인수하면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확보하자 오리온도 장기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식품 ‘출신’ 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이 분야가 미래 성장산업이기 때문. 영화와 공연은 히트작 한 편에 기업의 손익이 달라지는 구조를 지녔으며 일본 중국 등지로 수출 전망도 밝은 분야. 외식 역시 주5일 근무제를 맞아 계속 성장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한 편으로 순익 90억원=오리온의 영화배급사 쇼박스는 설립 2년 만에 처음 ‘장외 홈런’을 날리며 영화사업의 기반을 착실히 닦고 있다. 관객 동원 신기록을 수립 중인 ‘태극기 휘날리며’ 덕분.

오리온 경영전략부문 송정섭 상무는 “1300만명 관객 동원이 확실시되는 이 영화로 순이익이 9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오리온은 지난해 영화 배급 시장에서 4.8%밖에 차지하지 못했지만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점유율이 훌쩍 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CJ가 두렵기는 하다. 영화배급 시장 점유율 21.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가 플레너스의 자회사인 시네마서비스(점유율 19%, 2위)까지 영향권 아래 두면서 배급분야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것.

‘뜨는’ 오리온과 ‘거인’ CJ의 행보가 주목된다.

▽케이블TV는 내 것=94년 만화채널 ‘투니버스’로 미디어사업에 진출한 오리온은 영화 만화 바둑 게임 등 10개 채널로 케이블TV 시청률 40%를 확보하고 있다. 시청률 톱 10안에 5개 채널이 모두 포진해 있다. 오리온측은 “케이블TV 분야 광고수입은 지난해 1300억원으로 매년 40%씩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는 상대적으로 케이블 TV는 열세인 상태. 음악채널 M.net, 영화채널 홈CGV 등 8개 채널이 있지만 시청률에서는 뒤진다. 하지만 CJ도 2∼3년 안에 채널을 두 개 이상 추가할 예정이다. 이 경우 광고 매출에서도 오리온을 따라잡는다는 계획.

▽온라인 사업은 기회이자 위기=CJ가 플레너스를 인수하면서 CJ의 미래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플레너스의 게임사업인 넷마블은 매출대비 영업이익률이 무려 45%에 이르는 알짜 사업. 하지만 고객기반이 오프라인에 비해 덜 안정적인 데다 플레너스를 인수하기 위해 CJ는 270억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영화관 CGV의 지분을 일부 팔아 메우겠다는 전략.

이왕상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가 성공할지 여부는 넷마블이 CGV에 비해 얼마나 좋은 실적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창권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손을 뗀 사례에서도 보듯 엔터테인먼트산업은 단기 손해를 감수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출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며 “온라인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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