汎현대가문, 누구 손 들어줄까…현대그룹 주총서 표 대결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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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인수합병(M&A) 분쟁에 휘말리고 있는 현대그룹도 SK㈜처럼 이달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23일, 현대엘리베이터는 30일 주총을 연다.

현대그룹과 KCC 양측은 이미 금융감독원에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주총 위임장을 받겠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표면적인 지분으로 보면 현대그룹이 유리하지만 아직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 범(汎)현대가문의 향방이 변수=금융감독위원회는 KCC 정상영 명예회장이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를 통해 갖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78%에 대해 6개월 동안 의결권 제한 및 주식처분명령을 내린 상태다.

표 대결은 현대와 KCC 양측이 내세우는 이사후보 선임 문제를 놓고 이뤄진다.

지금까지 KCC 우호지분은 16.12%에 그쳐 현대그룹의 28.67%에 크게 모자란다.

최대변수는 범현대가문(15.4%)의 움직임이다.

이들이 KCC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그룹과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지만 중립을 표방하면 현대측의 완승이 된다.

범현대가문은 그동안 중재노력을 벌였지만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의 사퇴로 사실상 무산됐다.

한편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범현대가문이 KCC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개인과 기관의 움직임 주목=현대상선은 소액주주와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지분 비율이 50%를 넘어선다.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우호지분은 18.9%, KCC는 6.93%에 불과할 정도로 주식 분산이 비교적 잘 이뤄져 있다.

따라서 어느 쪽이 위임장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주목할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인이 채권단으로 바뀐 현대건설의 움직임. 현대건설은 정몽헌 회장이 살아있을 당시 MH계열의 핵심회사였으나 이번 주총에서도 현 회장을 지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면 KCC 정몽진 회장은 15일 소액주주모임에 보낸 공개답변서에서 “현재까지 KCC 지분을 포함해 20%를 넘는 우호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가 사람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3주기를 맞아 20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옛 정주영 회장 자택에 모일 예정이다.

이번 3주기는 순수한 가족행사로 현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표 대결을 앞두고 이 모임에서 두 사람이 화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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