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촌티에 유치찬란?”…‘키치코드’ 인기몰이

  • 입력 2004년 3월 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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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제작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어려서부터 광고 홍수 속에서 자라난 10대와 20대의 입맛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들은 멋진 스타들이 등장하는 광고에 열광하는 것 같다가도 예쁘게만 만든 뻔한 화면에 “시시하다” “크리에이티브(창의성)가 약한 것 같다”며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이들의 허를 찌르기 위해 사용되는 소재가 ‘키치(kitsch)’다. 키치의 사전적 의미는 ‘저속함’ 또는 ‘통속적임’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다소 촌스럽고 유치하고 우습기도 한 모든 소재를 ‘키치적’이라고 일컫는다.

다소 부스스한 이미지의 가수 김C를 내세워 키치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한 ‘마이 엠’ 광고(위)와 영화 ‘살인의 추억’의 촌스러운 장면으로 시선을 끈 ‘현대카드M’ 광고. 사진제공 TBWA

최근 광고 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키치 코드들을 짚어본다.

▽유머+허무=플라스틱 장난감 등 잡동사니가 가득한 남자의 하숙방. 가수 김C가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전화벨 속에서 들려오는 탤런트 전원주의 목소리, “에미다(M이다).”

잠이 덜 깨 어리둥절한 김C 옆에서 작은 새끼 양 한 마리가 목소리를 보탠다. “엠(M)∼.”

지난달 새로 생긴 포털 사이트 ‘마이엠’의 첫 광고는 빅스타 모델로 세련된 화면을 구성한 기존의 포털 사이트 광고와 차별화하기 위해 키치적인 요소를 사용했다. 항상 어리둥절하고 부스스한 이미지의 모델 김C, 어지러운 하숙방, 난데없이 나타난 양….

광고를 제작한 유로넥스트측은 “산만하고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한데 모아 오히려 신선도를 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멍청한 표정의 남자 모델이 인상적인 환타 광고도 같은 코드로 읽힌다. 여러 시리즈로 나뉘어 방영되는 광고 속에서 모델들은 몸을 하늘로 뜨게 하는 로켓 가방을 메고 몸무게를 재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비키니를 입은 여자 모델들이 열심히 허리춤을 추는 섹시한 장면으로 마무리한다.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제일 이현민 대리는 “10대는 두세 번 봤음 직한 뻔한 화면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규정하기 힘든 허무주의, 비논리적 전개 등 엽기적인 구성에 열광한다”고 말했다.

▽촌스러운 복고풍=매일유업의 ‘프로바이오 GG’ 광고는 1970년대 선거 유세장을 배경으로 했다.

촌스럽게 생긴 후보자는 “여러분, 세상엔 가늘고 길게 혹은 굵고 짧게 산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굵고 길게 해 보겠습니다”라고 외친다. 소화와 배변을 원활히 해주는 음료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사용한 설정.

오뚜기 진라면 광고는 최근 코미디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주요섭의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패러디했다. 소설 속에서는 달걀로 상징된 ‘사랑의 배려’를 라면으로 대체해 과장된 발음과 촌스러운 화면 속에 녹여냈다.

온라인학습 사이트 ‘이통대가’는 1960년대 풍의 영화 오스틴 파워의 한 장면을 패러디해 키치적이고 촌스러운 화면을 연출했다. 키치적인 코드가 오히려 학생들의 시선을 모으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카드M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명장면 가운데 가장 촌스럽고 서민적인 화면을 골라 광고 컷으로 사용했다. 형사와 피의자가 궁상맞게 자장면을 먹으며 TV 프로그램 ‘수사반장’을 보는 장면. 역시 “세련된 것들만 가득한 광고 화면들 속에서는 반대로 촌스러운 코드가 튀어 보인다”는 것이 광고제작사측의 설명이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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