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씨티銀, 한미銀 인수]외국계, 자금력-첨단기법 무장

  • 입력 2004년 2월 20일 20시 53분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 공식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금융계의 대규모 ‘빅뱅’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동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씨티은행이 본격 진출하면 고소득층 및 중산층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은행과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같은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는 하나, 신한은행 등 후발 은행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씨티은행 파워에 긴장하는 시중은행들=씨티은행은 전통적으로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라이빗 뱅킹(PB) 사업에 강점(强點)을 보여 왔다.

서울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지점이 12개에 불과한 씨티은행 한국지점이 자산 11조2082억원(2003년 9월 말), 당기순이익 420억원(2002년 1∼9월) 등 탄탄한 저력을 보인 직접적 원인도 PB분야 노하우와 브랜드 파워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씨티은행 한국지사’의 총 자산은 67조원 정도. 그러나 국민은행(총자산 214조8000억원), 신한+조흥은행(147조4000억원), 우리은행(119조원) 등 대형 은행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저력 때문이다.

특히 한미은행은 하나은행과 더불어 그동안 국내 PB 시장에서 나름대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 만큼 씨티은행과의 결합은 시너지효과를 내 ‘PB 드림팀’이 출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씨티그룹의 정보와 네트워크에 한미은행의 영업망이 결합될 경우 다른 국내 은행의 자산운용 서비스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많다.

씨티은행은 한 발 더 나아가 국내 고소득층뿐 아니라 한미은행 전국 225개 지점을 앞세워 중산층까지 적극 공략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국민은행의 김정태(金正泰) 행장은 “씨티은행 진출은 국내은행 몇 개가 합병하는 것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이덕훈(李德勳) 우리은행장도 “아주 위협적”이라는 말로 경계심을 나타냈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裵顯起) 금융조사팀장은 “씨티은행이 멕시코 체코 등에 이어 한국의 은행을 인수한 것은 잠재력 있는 ‘신흥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세계전략에 따른 것”이라며 “자산이 많은 고객뿐 아니라 일반 대중고객도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권 전체에 후(後)폭풍 불 듯=씨티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따라 한미은행 브랜드 대신 이미 국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씨티은행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할 전망이다.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서는 하영구(河永求) 한미은행장이 계속 경영을 책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 행장이 씨티은행 출신으로 ‘코드’를 맞출 수 있는데다 한미은행 현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 다만 제일은행이나 외환은행의 예에서 보듯이 외국인 행장의 임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금융 시장에 추가적인 인수합병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씨티은행 진출에 자극받은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지분 48.56%)과의 지분 인수 협상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씨티은행이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고 자산운용전문 자회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씨티은행의 본격적인 진출로 국내 금융감독 관행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김병연(金炳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적 영향력을 갖춘 씨티은행의 국내 영업이 확대되면 정부가 금융권의 단합된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감독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금융계 관계자들은 “씨티은행으로 상징되는 거대 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이색적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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