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계열사 자금대여액 365% 급증

  • 입력 2004년 1월 14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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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 등 금융 자회사에 모두 27차례에 걸쳐 2조960억원을 빌려줬다. 카드사태 이후 카드채 발행 등 자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신한카드 등에 모회사인 신한지주가 대신 자금을 조달해 빌려준 것.

아남반도체도 계열회사인 동부전자에 신규 라인 증설에 들어갈 자금 1900억원을 꿔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처럼 작년 한 해 동안 74개 상장기업이 계열사 최대주주 특수 관계인 등에게 빌려준 현금(가지급금 포함) 규모가 2조9788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2002년과 비교해 회사 수는 45.1%, 대여 금액은 무려 365.3% 급증한 것이다.

기업들이 현금을 빌려준 곳은 계열사가 2조881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최대주주(613억원), 특수 관계인(326억원), 주요 주주(21억원) 등이었다.

신한금융지주와 아남반도체 외에 우리금융지주(1818억원) SK(1434억원) 금호산업(575억원) 등도 회사 돈을 계열사에 많이 빌려줬다.

우리금융지주는 부실자산처리 자회사인 우리에프앤아이에 1219억원, 우리금융정보시스템에 운영자금으로 600억원을 각각 대여했다. SK㈜는 자금난에 빠진 SK해운에 1434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신한지주측은 “신한카드의 경우 발행금리가 워낙 높은데다 조달 자체가 쉽지 않아 은행이 대신 조달해 빌려준 것”이라며 “싼 금리에 조달해서 제값 받고 신한카드에 빌려줬기 때문에 그룹 전체로 보면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아남반도체측도 “곧 합병으로 한 회사가 되기 때문에 미리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자금을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지분 10% 이상의 주요 주주와 임원에 대한 신규 현금 대여가 금지되자 기업들이 지난해 집중적으로 현금을 빌려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코스닥 등록기업의 최대주주 및 계열사에 대한 금전대여 공시는 모두 23건으로 이 가운데 19건이 30일 폐장 직후 한꺼번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소홀해진 휴장일을 활용해 ‘악재성 공시’를 쏟아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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