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앞길 막는 ‘금배지’에 속지 말자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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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국회 단상 점거로 무산시킨 농촌 출신 일부 의원들은 현장사진을 증거물로 들이대며 ‘농민을 위해 몸을 던졌으니 다시 나를 뽑아 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금배지에 눈이 어두워 경제 국익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경제성장의 80%를 수출에 의지하면서도 FTA 체결국들에 해외시장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농촌 유권자들은 FTA 비준을 저지한 국회의원들을 농민의 편이라고 속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FTA의 표류는 농업 및 농촌 지원대책의 차질로 이어진다. FTA가 작년 말까지 비준되지 않은 탓에 올해 지원액 중 5500억원이 이미 예산에서 빠져버렸다. 수출을 꾸준히 늘리지 않고는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어렵고, 비농업 부문의 세금 부담과 이를 활용한 농촌 및 농업에 대한 투자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또 해외시장을 더 넓혀야 농촌에도 효과가 미치는 새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농촌이 더 이상 농업만으로 살 수는 없다.

각 정당이 진실로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하겠다면 총선후보 심사에서 FTA 비준 저지행위를 공천 결격 사유의 하나로 반영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이 사적 영달만 꾀하는 사람들의 이익집단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에 앞서 각 정당 지도부는 일부 소속의원들의 반(反)국익적 행동을 방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들에게 과연 ‘나라를 위하는’ 정치지도자의 자격과 리더십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의석의 55%를 장악한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나라 살리는 일에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FTA 비준에 몸을 던졌어야 했다.

국회는 박관용 의장의 약속대로 내달 9일에는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반드시 한-칠레 FTA를 비준해야 한다. 경제가 살고 국민이 살기 위해서는 두 나라 정상(頂上)이 서명한 협정 하나 발효시키지 못하는 신뢰할 수 없는 나라, 세계시장의 외톨이를 자초하는 나라에서 시급히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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