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분야 전망]수출 '쾌청'…소비-투자 회복 미지수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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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경제는 수출이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지난해의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경제예측기구들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5%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3%미만의 침체에서는 벗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가는 안정되겠지만 청년실업 등 고용문제는 지난해보다 별로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경기부진의 주요 원인이었던 투자부진과 민간소비가 올해는 본격적으로 되살아날지는 예측기관마다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대체로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지만 노사불안 및 정치불안, 가계부채, 금융시장 구조조정 등 곳곳에 ‘지뢰’가 놓여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올해 국내 경제전망을 부문별로 짚어본다.》

▼투자 ▼


올해 한국경제의 키워드는 투자회복이다.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국내 투자를 늘려 일자리도 늘리고 성장잠재력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6.5%,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8%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민간측 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는 4.2%, LG경제연구원은 5% 내외로 이보다 훨씬 낮게 예측한다.

올해 설비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지난해 수출 호조에 비해 설비투자는 없어 올해 투자증대 압력요인으로 작용 △임시투자세액공제 기한연장 및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등 투자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 △대기업들의 풍부한 자금 여력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 회복 등이 있다.

반면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어려운 원인으로는 △우리보다 사업환경이 좋은 중국 등 해외로 생산 이전 및 확대 △노사갈등 및 반(反)기업 정서 확대,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수익률 높은 미래 핵심산업 미발굴 등이 지적된다.

특히 민간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투자가 늘더라도 본격적인 확대가 아니라 지난해 미뤘던 투자를 보전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 ▼

민간부문의 소비는 작년보다는 다소 사정이 좋지만 올해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과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의 마이너스에서는 벗어나 3∼4%대의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가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느냐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가계부채 및 신용불량자문제. 신용불량자가 줄지 않고 있고 전반적인 경기부진과 고용사정 악화로 빚을 갚을 능력마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소비회복이 되더라도 하반기까지는 기다려야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된 근로소득세 경감, 추경집행 등 소비진작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거나 주가가 계속 올라준다면 소비가 다소 빨리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또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확대될 주 5일제 근무제 도입도 소비회복에 다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용 ▼

고용창출은 올해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올해 고용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는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른바 ‘일자리 없는 회복 (Jobless Recovery)’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주요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내수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올해도 인력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KDI가 전망한 올해 연평균 실업률은 지난해와 비슷한 3.4%. KDI는 상반기에는 지난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반기별 실업률이 2001년 상반기이후 가장 높은 3.7%까지 올랐다가 하반기에는 내수부문이 회복되면서 3.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8%대까지 치솟으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른 청년층 실업문제는 올해도 개선될 조짐이 별로 없다.

LG경제연구원은 기업들이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못해 신규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워 올해 청년실업문제는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9%로 내다봤다. 3%대 미만이라면 비교적 안정된 수준이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는 우선 이라크전쟁의 종전(終戰)으로 석유공급이 활발해져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2001년부터 가파르게 올랐던 주택가격이 지난해 10·29대책 이후 내림세로 돌아선 점도 물가 측면에서 호재(好材)다. 이 밖에 갈수록 치열해지는 유통업체들간의 경쟁도 장바구니 물가를 떨어뜨릴 전망이다.

올해 물가의 최대 복병은 담뱃값 인상. 정부는 올 하반기 중 담뱃값을 한 갑에 500원 정도 올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담뱃값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다. 이 정도 수준으로 담뱃값이 오르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0.2%포인트 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3% 이상 오를 수도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총선을 앞두고 돈이 많이 풀리고 단순직종의 임금이 오른 적도 많아 물가불안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중국의 위안화가치가 평가절상될 경우 중국산 제품의 수입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지켜볼 대목이다.

▼수출 ▼

지난해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은 올해도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11.6%가량 늘어난 21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수출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요인은 한국상품을 사갈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지난해 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부문의 과잉 설비투자가 거의 해소되었고, PC교체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액정표시장치(LCD) 및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반도체, 휴대전화 등 첨단 제품의 수출이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자동차 조선 등 비(非) IT부문의 수출은 환율요인 등으로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수입도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겠지만 수출호조로 올해 약 200억달러 수준의 상품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해외여행 및 유학, 특허권 사용료 지급 등이 계속 늘어 올해 서비스적자 규모는 146억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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