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철폐' 요구 왜 나왔나]8개市銀중 3개 외국계 손에

입력 2003-12-16 17:57수정 2009-10-0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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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서 16일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산업자본을 포함한 국내 자본의 금융산업 진출허용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최근 은행권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출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속화된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업 진출=올해 8월 외환은행이 지분의 51%를 미국의 사모(私募)펀드인 론스타에 팔아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8개 시중은행 가운데 제일 한미 외환 3곳이 외국자본에 ‘팔려’ 나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지분매각 방침을 밝히고 있어 이들 은행에도 조만간 외국자본이 추가로 들어갈 전망이다.

또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씨티은행 등 은행분야 ‘글로벌 플레이어’들까지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의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의 소매금융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26.3%였던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외환은행 매각 이후에는 37.0% 선으로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현투증권이 지난달 푸르덴셜그룹에 매각됐고 저축은행업계 1위인 한솔저축은행의 지분 53.6%도 이미 미국계 투자펀드인 퍼시픽캡에 넘어갔다. 또 대금업계에서는 일본계 자본인 A&O그룹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협의회 참석자는 “많은 은행장들이 더 이상 국내 금융시장의 터전을 외국은행에 내줄 경우 국내 금융업이 고사(枯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 허용 주장 확산=현재 한국의 산업자본은 국내 금융기관의 지분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4% 이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외국 금융기관에 10%의 의결권을 허용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어 끊임없이 ‘역차별’논의가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은행장들은 국내자본의 금융산업 참여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은 최근 “금융정책 효율성 측면에서 메이저 금융기관들을 외국자본에 넘기게 되면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금융지주 전광우(全光宇) 부회장도 “은행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점유율이 최고 64%를 넘어섰다”며 “외국계 자본뿐 아니라 국내자본에도 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외국자본의 대거 진출이 과거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차단’이라는 정부의 정책목표를 바꿔야 할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한다. 금융기관에 투자한 외국자본들이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사(私)금고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금융산업은 단지 ‘돈장사’가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는 혈액의 공급을 조정하는 기능을 맡는다”고 강조했다. 정 전무는 이어 “외국계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이고 소매금융에만 치중하는 등 이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더 늦기 전에 국내 자본의 금융업 진출기회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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