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싱그룹 부회장 수잔조 “中대표해 母國기업 인수하러 왔다"

입력 2003-12-09 17:47수정 2009-10-0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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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국영기업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수잔 조 부회장은 ‘한국과 중국은 문화나 역사적 전통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 그 어느 국가보다 협력이 쉽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앞선 기술과 중국의 시장이 합치면 동북아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김미옥기자
“한국 여성으로서 중국 국영기업의 ‘대표’가 돼 한국 기업을 인수하러 왔다.”

쌍용차의 공개 입찰에 참여한 중국 란싱(藍星·블루스타)그룹의 총괄 책임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수잔 조(46).

그녀의 공식 프로필은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미국으로 유학 간 재미교포. 2001년부터 중국 196개 국영기업 가운데 서열 60위인 란싱의 해외투자부문을 총괄하는 7명의 부회장 가운데 한 명이자 한국인 최초의 국영기업 임원이다.

그러나 그룹 내에선 한 명뿐인 여성 임원이면서 런젠신(任建新·45) 회장에 이은 2인자로 통한다. 회장이 공식 회의에서 한국어로 ‘누나’라고 부를 만큼 신뢰하기 때문. 란싱의 한 관계자는 “회장 때문인지 조 부회장보다 열 살 이상 많은 임원들도 누나라고 부른다”고 귀띔했다.

보수적인 국영기업의 중국인들이 처음부터 외국인 여성 임원을 반겼을 리 없다.

해법은 하나. 일의 결과로 능력을 입증할 수밖에. 처음 1년 동안 ‘일주일의 근무 일수는 7일’이라고 여기며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특이한 외국인이 아닌 실력을 갖춘 부총재로 인정받기 위해서.

란싱에 합류하면서 신설된 해외사업부도 성과를 냈다. 3년이 채 안 됐지만 현대모비스 하우리 등 10개 정도의 합자회사를 중국에 세웠고 미국 등과도 몇 건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한국과의 제휴를 강조하는 것은 양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앞선 기술과 경영관리 능력에다 중국의 시장이 결합되면 동북아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것. 쌍용차도 란싱이 인수하면 기존의 생산 인력은 그대로 둔 채 중국의 시장만을 갖게 된다고 강조한다.

조 부회장은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이 기술만을 빼먹고 버릴 것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한국이 기술 능력이 앞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향후 2, 3년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가끔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실망할 때도 있다. 중국인들은 싫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한국인들은 감정 표현에 지나치게 솔직하다는 것.

“통역을 할 동안 한국인들은 딴 짓을 하거나 권태로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불만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불안한 마음에 항상 주먹을 꼭 쥐게 된다.”

중국과의 인연은 전공인 인테리어 덕분이었다.

미국에서 인테리어를 공부한 뒤 1980년 귀국해 세운 인테리어 회사 크래프톤으로 유명세를 탄 조 부회장은 힐튼, 하얏트 등 특급 호텔의 인테리어를 맡았다. 또 1980년대 후반엔 중국이 베이징 아시아경기를 겨냥해 지은 스위스호텔의 인테리어에도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1992년엔 당시 베이징 시장의 권유로 한중 합작 국제 사교클럽인 ‘베이징클럽’을 만들었고 2000년엔 베이징올림픽준비위원회와 함께 일했다.

중국에서 인지도를 높여가던 어느 날 런 회장이 “당신의 경험이 필요하다. 함께 일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란싱이 중국 해방군기업 40개를 인수하는 등 민영화가 진행돼 해외업무를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또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에 인맥을 갖춘 것도 스카우트의 한 배경.

조 부회장은 “회사가 국제무대에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국제화된 시야를 갖게 됐다”며 “첫 회의 때는 임원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았으나 이제는 회사 이름에 맞게 푸른 넥타이를 맬 정도의 센스를 갖추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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