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먹구름' 언제 걷힐까…"카드부실 은행부담" 확산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8시 06분


은행주에 대한 투자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내수부진의 여파가 신용카드회사의 유동성 위기로 확산되면서 그 부담을 은행이 떠안아야 할 처지가 됐다.

LG카드에 대한 금융권의 ‘2조원 긴급대출’은 ‘상황 종료’가 아니라 ‘카드부실에 따른 파장을 잠시 덮는 미봉책’이라는 게 금융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우선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부담은 피할 수 없게 됐다.

‘10·29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급락하는 부동산가격도 은행권에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 부동산 담보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 등 금융업종 주가 폭락=24일 금융업종 지수는 4% 이상 급락했다. 은행이 2%, 증권이 7%, 보험이 6% 이상 급락하는 등 모두 종합주가지수 대비 하락폭이 컸다.

LG그룹의 경우 LG투자증권 LG화재 등 금융계열사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주식시장에선 금융권의 LG카드에 대한 2조원 긴급대출을 ‘출자전환과 추가대출 부담의 서곡’으로 해석했다는 증거이다.

특히 이런 부담을 외국인 주주 입김이 약한 금융회사가 집중적으로 떠안을 것으로 보고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카드 대주주로서 추가 증자시 부담이 가장 커질 LG투자증권은 당분간 약세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은행 보험 증권 등 LG카드 부실에서 자유로운 금융기관은 거의 없다”며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 외에도 금융회사 부실에 따른 신뢰하락이 당분간 은행 등 금융주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잇따른 투자등급 ‘강등(降等)’ 표명=동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LG카드 등 재벌계 전업 카드사의 정상화 가능성이 나타날 때까지 은행주에 대한 적극적인 비중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LG카드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분담액과 기존 은행계정에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뺀 채권의 보유액이 자기자본의 8%를 초과하는 조흥 우리 하나 기업은행의 부담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신한지주는 증자까지 고려해야 될 조흥은행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이준재 동원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은 최악의 경우 지원금액을 출자전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세종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현재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다른 카드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은행업 투자의견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용카드사의 위기는 전반적인 개인 신용위기로 이어져 은행권에서 취급하고 있는 신용대출의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수부진이 이어진다면 현재 신용카드사에서 정상으로 분류된 채권도 얼마든지 연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런 것까지 감안해 금융주에 ‘팔자’ 주문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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