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다른 소송에 불똥튈라” 긴장…삼성 “판결 존중”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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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건희(李健熙) 회장 등 삼성전자 이사진이 190억원을 회사측에 배상하라는 20일 주주대표 소송 항소심 결과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존중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손해배상액이 1심의 977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데다 일부 투자손실에 대해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측은 이와 관련해 “이천전기에 대한 투자손실이 적법한 경영판단으로 인정된 것은 삼성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이 부분은 완전승소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제공해 7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경영판단으로 관례대로 이뤄진 것”이라며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상고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리를 검토한 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계는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추진되고 있는 다른 주주대표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분식회계나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 등으로 LG SK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주주대표소송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을 이끈 참여연대는 올 1월 구본무(具本茂) LG 회장 등 LG화학 이사들에 대해 회사에 823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SK는 계열기업의 주식맞교환, 분식회계 등으로 발생한 손실과 관련해 참여연대로부터 주주대표소송의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 결과 또한 다른 주주대표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고민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임원 개개인에 대해 고액의 배상책임을 물리면 의욕적인 경영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제도적으로 경영 의사결정의 자율성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전자 임원진은 98년부터 임원손해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어 이번 판결에 따른 개인적인 배상책임은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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