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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6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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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감정가를 확인하지 않고 인터넷 시세를 기초로 대출액을 결정하거나 심지어는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에게도 편법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실태 점검에서 다양한 편법 주택담보대출 사례가 적발되고 있어 11일까지 실태 점검을 한 뒤 이르면 18일경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6일 밝혔다.
▽인터넷 사이트로 주택가 부풀리기=금감원은 10·29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각 은행에 공문을 보내 전문 감정기관의 감정가를 담보기준가로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를 무시하고 예전처럼 부동산 인터넷사이트에 올라온 시세를 담보기준가로 정해 대출금액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 사이트의 주택가격이 달라 똑같은 아파트에 대한 은행 대출금액이 10∼20%씩 차이가 나면서 대출모집인(일명 대출브로커)들의 편법 행위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대출 한도가 높을수록 커미션을 많이 받기 때문에 대출브로커 일부가 불법 시세 조작을 일삼고 있다”며 “영업점의 여신 담당자들은 정확한 시세를 확인하지 않거나 일부는 브로커와 결탁해 편법 대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에게 주택담보 대출=시중 은행들은 소득이 전혀 없는 미성년자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들의 미성년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6월 말 기준으로 148건(59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성년자 명의의 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탈세혐의 등의 조사를 벌이고 있는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곧 넘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러 건의 담보대출을 받아 은행권 대출한도를 넘어선 대출자가 주택거래나 상속 등의 목적으로 미성년 자녀 이름으로 주택 명의를 돌려놓고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만기 10년 이하(10월 29일 이전은 3년 이하) 담보대출에만 담보인정비율이 적용되는 점을 악용해 만기를 늘려서 인정비율보다 더 많이 대출을 받는 사례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같은 은행들의 허술한 대출관행과 감독당국의 감독소홀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데 한 몫을 해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미성년자 1명당 평균 4000만원을 웃도는 돈을 은행으로부터 빌린 셈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88건(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 23건(17억원) △조흥은행 10건(6억원) △외환은행 6건(2억8000만원) △우리·신한·한미은행이 각각 4건 등이다.
미성년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지난 2001년말 124건(49억6000만원)에서 지난 해 말 158건(71억7000만원)으로 급증했다가 올 들어 소폭 감소했다.
금감원이 미성년자에 대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부모가 보유하던 주택을 자녀 명의로 돌려놓고 이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을 갚아주면 상속 및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도 자녀에게 주택을 상속(증여)할 수 있게 돼 탈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미성년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규정에 포함시키지 않고 은행 자체 내규에 반영, 금지토록 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있으나 은행에 예금만 예치해 놓으면 미성년자들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고 있다.
반면 외국계 은행의 경우 미성년자에 대한 신용대출은 물론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공동소유이거나 보증인과 법정대리인을 세울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 금융감독원의 주택담보대출 건전성감독 강화대책 | |
| 분야 | 주요 내용 |
| 담보가치 산정 기준 | -투기지역 아파트의 담보가치 산정시 공신력있는 기관의 평가자료를 활용할 것(국세청의 기준시가, 전문감정기관의 감정가, 은행 등의 조사가격) -호가 위주로 산정되는 인터넷 부동산업체 자료의 사용을 제한 |
| 담보인정비율 하향조정 | -투기지역 내 만기 10년 이하 아파트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을 50%에서 40% 이하로 낮출 것 -소액임차보증금 차감은 종전 기준을 적용할 것 |
| 중도금대출 억제 | -투기지역 내 중도금 대출은 대출기간에 관계없이 분양가액의 40% 이내로 제한할 것 -투기과열지구 내 중도금 대출은 대출 기간에 관계없이 분양가액의 50% 이내로 제한할 것 |
| 근저당 설정한도 | -담보인정비율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근저당을 과도하게 설정한 뒤 편법적으로 신용대출해주는 것을 자제할 것 -이를 위해 근저당 설정한도를 ‘담보인정금액×1.2’ 이내로 제한할 것 |
| 10·29 부동산 안정대책 발표 직후 금감원이 시중은행에 보낸 공문의 주요내용임. | |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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