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개통 6개월앞 운송업계 비상…"타격줄일 묘책 찾아라"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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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운송기업들이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운송업계는 고속철 개통이 소비자들의 이동 행태는 물론 라이프스타일 변화 및 인구이동까지 불러와 운송업계의 지도를 바꿀것으로 보고 있다.

고속철도공단에 따르면 고속철이 1단계로 개통되면 하루에 46편(20량)이 운행돼 14만여명이 고속철도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를 이용하던 고객의 58%가 고속철도로 옮겨가고 철도 16.1%, 버스 6.2%, 승용차는 4%가 옮겨갈 전망. 요금은 새마을호 요금의 130%, 항공요금의 70%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딜레마에 빠진 항공업계=아시아나항공 국내노선 조규영 팀장은 “국내선은 모두 적자인데 고속철 개통으로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고속철 개통으로 영향을 받는 서울∼부산 대구 광주 목포노선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서울∼울산 포항 진주노선은 대규모 감편을 해야 하는데 운항 횟수를 줄이는 만큼 인력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단 서울∼대구 부산 등 노선은 80%까지 줄이고 간접영향권의 노선은 20%까지 운항 편수를 줄일 계획. 또 국내노선용 22대의 항공기 중 4대를 리스회사에 반납할 예정이다.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항공요금의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서울∼대구노선을 80%가량 감축하는 등 국내선 운항 횟수를 25% 이상 감축할 계획. 대신 제주 부산 대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횟수를 늘려 국내선 운항 횟수를 줄이더라도 인력감축은 최소화할 예정이다.

▽기로에 선 고속버스업계=고속버스조합 민병창 차장은 “철도교통이 빨라지면서 고속버스 승객은 연구기관 예측치(6.2%)의 2배인 12%가량이 고속철도와 일반철도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속버스회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진 동부 금호 동양 코오롱 등 10개 고속버스회사들은 공동으로 감편계획을 짜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버스업계가 현재 마련한 대응책은 버스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

금호고속 경영기획실 문진식 차장은 “승객들이 버스 안에서 인터넷과 위성TV를 즐길 수 있는 고급버스를 도입하고 심야시간대 여성들만 이용하는 여성전용버스, 입영전용버스 도입 등 다른 교통수단이 들어가지 못하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버스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해 고속도로가 막힐 경우 언제든지 국도나 지방도로로 돌아가 정시에 도착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기대 반 우려 반, 화물운송업계=고속철 개통을 바라보는 화물운송업계의 시각은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일단 철도청이 기존 철도노선의 화물운송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악재다.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것.

고속도로의 교통사정이 좋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대한통운 김세종 이사는 “고속철 도입 이후 자가용 운행이 줄어들면 화물운송 효율이 좋아질 수 있지만 교통사정이 좋아져 평소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던 운전자들까지 자가용을 이용하면 고속도로 정체는 계속될 가능성도 있어 대응책 마련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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