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 FTA]中·日 주도… 2년간 무려 16건 체결

  • 입력 2003년 10월 7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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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막을 올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국 중국 일본)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이번 회의에서 ‘한중일 FTA’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또 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아시아 각국간의 FTA 체결에 대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FTA는 체결 당사국간 무역협정 차원을 넘어 이제 다자간 협상에 우선하는 새로운 세계 무역과 관련된 중요한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 FTA 급물살=체결 당사국간 무(無)관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FTA는 최근 체결 건수가 급증하며 세계 무역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까지 FTA 체결은 26건에 그쳤으나 2002년 말에는 255건으로 급증했다. 현재 체결 절차를 밟고 있는 FTA는 70건을 웃돈다.

2001년부터 아시아 국가들의 FTA 체결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2000년 말까지 아시아에서 체결된 FTA는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2001년부터 2년간 16건의 FTA가 체결됐고 현재 40건의 FTA가 추진되고 있다.

아시아 FTA 체결 경쟁은 일본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APEC 정상회의 때 ASEAN과 FTA 기본틀에 합의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2년 ASEAN과 FTA 기본틀에 합의하는 등 FTA를 통해 아시아 경제의 주도권 장악에 나섰다. 중국은 또 한일 FTA를 견제하기 위해 한중일 FTA를 제안하며 한국에 새로운 과제를 주고 있다.

아시아 FTA 체결은 경제 블록화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거대 시장에 아시아 각국을 흡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ASEAN은 2015년까지 모든 회원국이 관세를 철폐해 5억명 인구의 단일 경제 블록을 형성할 예정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ASEAN 10개 회원국은 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물품 투자 서비스 인력 등의 이동을 자유화하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창설 문제 등을 협의했다.

일본은 한국, ASEAN과 FTA 체결을 추진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ASEAN+3 정상회의’와 APEC 정상회의는 FTA를 통한 중국 일본의 아시아 경제주도권 다툼과 ASEAN의 블록화를 드러낼 전망이다.

▽한국, 수혜국에서 피해자로 전락 우려=정인교(鄭仁敎)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FTA연구팀장은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외톨이가 될 수 있다”며 “경쟁국의 FTA 체결이 늘어날수록 한국은 수출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 FTA 회원국간 무역은 세계교역의 65%를 웃돌았다.

남미공동시장(MERCOSUR)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등 주요 FTA의 회원국간 교역증가율은 17∼28%로 비회원국간 교역증가율 14%보다 높다.

FTA를 체결한 나라는 상대국에 수출할 때 무관세 등 특혜를 받는다.

기업이 투자할 때도 우대를 받는 것은 물론 반덤핑 등 무역 제한 조치에서도 예외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FTA 무대에서 소외된 나라의 기업은 상대적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70%를 넘고 경제성장의 55%를 무역에 기대고 있다.

김창규(金昌圭) 산업자원부 국제협력기획단장은 “무역의존도가 높을수록 FTA의 혜택이 클 수 있다”며 “한국이 FTA 무대에서 소외되면 수혜국에서 피해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칠레 FTA 비준 시급=우리 정부도 9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일본 싱가포르 ASEAN 등과 FTA체결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는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국회 비준이 늦어지고 있다.

김영준(金英俊)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 외무관은 “한-칠레 FTA가 성공하지 않고는 다른 국가와의 FTA 협상이 힘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FTA 지연이나 소외에 따른 기업 피해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멕시코는 2004년부터 수입 자동차에 5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NAFTA 회원국은 이 조치의 예외다. 협상이 진행 중인 일본-멕시코 FTA가 체결되면 한국산 자동차는 멕시코에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유럽연합(EU)의 터키산 섬유 무관세 △말레이시아의 한국산 철강(H형강) 관세차별 △헝가리의 EU산 자동차 무관세 △베트남의 ASEAN 종이류 무관세 등도 한국의 피해 사례로 꼽힌다.

한-칠레 FTA가 지연되면서 칠레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휴대전화는 EU와 미국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정문수(丁文秀)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FTA 무대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리더십을 갖고 국내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요국 FTA추진 동향 및 전략
국가체결 및 협상 진행 국가공동연구 등 협상 추진 국가FTA 전략
일본싱가포르
멕시코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ASEAN 필리핀 말레이시아
경제회복, 중국의
아시아 경제 주도 견제
중국홍콩ASEAN 태국 한일 호주아시아 경제주도권
장악, 일본 견제
한국칠레일본 싱가포르경제성장, 세계 통상 무대에서 소외 방지
싱가포르ASEAN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일본 호주 미국 뉴질랜드 멕시코 인도 캐나다한국 요르단 스리랑카
중국-ASEAN
아시아 FTA
허브(중심) 추구
동남아
국가연합
(ASEAN)
회원국간 FTA 체결
(AFTA), 중국
인도 일본 EUASEAN 국가간 경제통합, 아시아 FTA 허브 추구
인도SAPTA(파키스탄 등 남아시아자유무역협정 7개 회원국) 싱가포르 태국ASEAN 이집트 칠레 우루과이 Mercosur(브라질 등 남미공동시장 4개국)비동맹국의 맹주로서 FTA 적극 활용
태국ASEAN 중국 바레인 인도 호주중국-ASEAN
일본 미국 페루 EU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성장
자료:무역연구소,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한중일 FTA' 이해득실▼

한국 중국 일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 무역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FTA를 통해 아시아 경제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한중일 FTA는 2001년 중국의 제안으로 민간 차원의 연구가 시작됐다. 이 연구에는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일본 종합연구개발기구(NIRA),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DRC) 등이 참여하고 있다.

3개 기관의 중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3개국간 FTA에서 소외되는 국가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3∼0.26% 감소하는 피해를 보게 된다.

한일 FTA가 체결되면 중국이, 한중 FTA가 체결되면 일본이, 중일 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중국이 현재 협상을 앞두고 있는 한일 FTA를 경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3개국 모두에 이익이 되고 특히 한국이 가장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연구보고서는 분석했다.

한중일 FTA는 3개국 모두 지금 당장 서두르기보다 연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의 FTA를 꺼리고 있다. 양국간 시장이 개방됐을 때 일본 농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농업 문제로 중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 나서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국도 한국이나 일본과 FTA를 맺는데 내부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공업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에 경쟁력이 뒤지는 까닭이다.

중국은 또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FTA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중일 FTA는 장기 과제로 분류하고 있다.

김창규(金昌圭) 산업자원부 국제협력기획단장은 “중국과 일본의 경쟁 관계를 이용하면 한중일 FTA 체결을 성사시켜 한국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한일 FTA 견제심리를 이용해 중국을 한중일 FTA 무대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농업문제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치면 한중일 FTA에서 민감한 품목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세계 인구의 23.6%인 14억6000만명, 세계 총 교역의 13.2%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 형성된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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