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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22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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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전시장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와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일대 ‘수입차 거리’는 매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산대로에서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볼보 GM 포르쉐 등 10여개 브랜드로 국내 수입차 업체가 거의 다 몰려 있다.
부산의 경우 수영구 남천동을 중심으로 반경 2km 안에 BMW 아우디 볼보 GM 등 8개의 브랜드가 나란히 들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시장들이 가까이 붙어 있는 탓에 고객들이 점찍어 둔 차를 사러 나왔다가 다른 메이커로 발길을 돌리는 일도 흔하기 때문에 딜러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휴일에는 가족단위로 전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은데 부부와 자녀들이 좋아하는 차종이 모두 달라 말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흔하다. 딜러들은 가장 적당한 차를 골라주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예 구매를 포기하고 옆에 있는 다른 메이커로 가는 경우도 있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특히 부부 사이에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마음에 들지 않는 쪽에서는 차에 대해 무조건 트집을 잡거나 피곤하다고 빨리 전시장에서 나가자고 조른다. 그러나 매장을 나가서는 자신이 원하는 다른 메이커로 배우자를 데리고 들어가 다시 설전을 펼치기도 한다.
대학생 이상의 자녀와 함께 매장을 찾은 가장의 경우 자녀의 도움을 받아 차를 선택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인터넷과 동호회 등을 통해 수입차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대학생 자녀는 오히려 딜러보다 구매할 차종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딜러가 잘못 나섰다가는 무안을 당하므로 조심스럽게 자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도산대로는 구매 계층이 다양해 소형차에서부터 대형차까지 다양하게 팔리는 반면 부산은 대형과 중형의 특정 차종이 주로 팔리는 편이다.
전시장을 방문하는 고객 가운데 10% 정도만이 실제 구매를 하며, 나머지 90%는 눈요기로 찾아오지만 잠재 고객이기 때문에 딜러들은 소홀히 할 수가 없다.
BMW 딜러인 한독모터스 이종권 팀장(33)은 “수입차 거리는 치열한 세계 자동차 전쟁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전시장에서는 항상 재미있는 일어난다”며 “고객들은 주로 휴일에 차를 보러 오기 때문에 추석과 설날 등 명절에도 항상 전시장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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