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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1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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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듭된 재계의 출자총액제한 폐지 요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참여연대 등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문어발식 경영’과 계열사 동반 부실화를 막고 총수 일가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외환위기 전이라면 공감할 만하지만 이중삼중의 방지장치가 만들어진 지금도 타당한지 의문이다. 규제방식이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긍정적인 효과가 부작용을 상쇄하고 남는지는 더 의심스럽다.
서울대 보고서는 출자총액제한이 투자를 저해하고 기업조직을 왜곡시키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반면 이 제도를 통해 달성하려 한 정책목표는 4가지 가운데 3가지가 타당성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유일하게 총수 일가의 지배권 남용 억제라는 목표만이 약간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규제방식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다.
출자총액제한은 원칙적으로 없어져야 할 전근대적인 규제방식이다. 기업투자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간섭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또 외국기업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을 역(逆)차별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총수 일가의 과도한 지배권 행사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정위 등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타당성도 부족하고 실효성도 없는 현행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투자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일부 한시적으로 필요한 내용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연계해 폐지 시기를 명문화함으로써 ‘규제 왕국’이라는 오명(汚名)을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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