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수출 低내수 업종’ 살까 말까…"내수회복 여부에 달려"

  • 입력 2003년 9월 7일 17시 59분


개미투자자인 윤모씨(54·여)는 최근 발표된 현대자동차의 8월 판매 결과를 보고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은 호조세인데 내수는 ‘최악의 실적’이란 평가가 동시에 나왔기 때문. 내수와 수출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의견도 엇갈렸다.

이처럼 양쪽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딜레마는 ‘경기 침체, 증시 활황’이나 ‘외국인 매수, 개인 매도’ 현상과 함께 증시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이슈다.

▽정반대 길 가는 수출과 내수=내수와 수출 비중이 비슷한 자동차 업계는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8월 자동차 전체 내수 판매는 8만6564대로 전월보다 13.9%,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41.7% 감소했다. 반면 수출은 11만4340대로 7월보다 32.8% 늘었다.

현대차의 경우 수출은 7만4475대로 전월보다 110.9%나 늘었지만 내수는 14.6% 증가에 그쳤다. 이마저 파업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던 7월과 비교한 ‘기저 효과(base effect)’에 힘입은 것. 7월을 제외하면 올해 월간 최저 내수 판매실적이다.

동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등은 수출 호조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현대차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LG투자증권과 세종증권 등은 “내수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시장은 일단 수출 호조세에 초점을 맞춘 장밋빛 전망에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의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12% 이상 올랐다.

▽“추가 상승의 촉매는 내수 회복”=휴대전화, 가전제품, 중공업, 철강 등 내수만큼 수출 비중이 큰 분야의 업종도 대부분 비슷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이 괴리가 해소되고 내수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뛰어들 계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수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점에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하지만 이후의 회복 여부와 속도에는 뚜렷한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다. 이라크전쟁 이후 4월부터 계속 ‘경기 바닥론’이 거론됐지만 현재까지는 반등하는 ‘V’자가 아닌 ‘L’자형을 그리고 있다.

전자, 가전분야 담당인 대우증권 배승철 애널리스트는 “2·4분기 수출은 좋았지만 내수는 거의 작살난 수준”이라며 “주가 추가 상승의 모멘텀은 결국 내수 회복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긍정론자들은 하반기 내수가 세계 경기 회복 흐름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수출이 잘 되면 내수 진작 효과가 발생해 주가가 상승 추세를 따라가게 돼 있다”며 최근의 괴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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