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인하 압력…정부, 세무조사 앞세워 압박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12분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를 붙잡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업체에 강도 높은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 건설회사들도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청은 다음달로 예정된 8차 동시분양에 참여할 예정인 월드건설에 “전 주택형별(30평형대) 분양금액을 3억원 미만으로 인하해 산정할 것을 권고한다”는 공문을 최근 보냈다.

지자체가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주택회사에 가격을 낮추라는 권고를 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건설은 권고를 받아들여 분양가를 31평A형은 3억2237만원에서 2억9900만원으로, 31평B형은 3억1536만원에서 2억9200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서울시는 이달 초에 청약접수한 7차 동시분양에 참가했던 포스코건설 등 2개사(3개 현장)를 포함해 올 들어 모두 10개 회사(8개 현장)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서울시가 국세청에 통보한 업체 수(7개 회사·7개 현장)를 넘어선 것이다.

국세청은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기획세무조사 방침을 최근 발표하면서 “아파트 분양가는 건설회사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게 아닌 만큼 시공사는 물론 재건축조합과 시행사 등도 세무조사를 위한 중점 관리대상에 포함하겠다”며 주택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주택업계는 강서구청의 권고는 사업승인을 앞세운 사실상 분양가 규제로 볼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건교부가 분양가 자율화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인 만큼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기로 했다”면서도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업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방과 관련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압박 방식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주택 건설회사들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매년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분양가를 인상한 데다 분양가 과다인상 논란이 거세지는 최근 들어서 인상폭을 더욱 키웠다는 것.

건설산업전략연구소의 김선덕(金善德) 소장은 “분양가자율화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막기 위해선 정부가 대한주택공사 등을 활용해 표준공사비나 표준원가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는 업체에 혜택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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