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자살 충격]현대 유동성 문제없어

  • 입력 2003년 8월 4일 17시 51분


현대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 자살이 현대그룹의 여신 상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회장이 일부 계열사에 대해 개인 자격으로 보증을 섰지만 금액이 크지 않고 현대상선 등 주요 계열사들은 경영 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4일 오전 현대그룹 계열사의 여신거래 현황과 정 회장 개인 보증 여부, 구조조정 추진 상황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정 회장이 관할했던 계열사는 현대아산, 현대상선, 현대종합상사, 현대증권, 현대투신운용,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현대엘리베이터 등 모두 11개. 이중 지주회사격인 현대아산은 은행 차입이 전혀 없으며 다른 계열사들도 대부분 구조조정이 마무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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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이 4.9%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상선은 작년 말 자동차 운반선 매각으로 구조조정이 사실상 끝났고 최근 해운시장이 좋아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채권단은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구분해 차등 감자를 실시한 뒤 총채권액 8300억원 중 3100억원을 출자전환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사는 지난달 23일 정 회장 지분 1.22%를 전액 소각키로 결정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정 회장이 현대상사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섰지만 금액이 크지 않다”며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도 정 회장에게서 현대상선 일부 대출과 관련해 개인보증을 받았지만 이는 책임경영 차원의 ‘상징적’ 연대보증이어서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일부 운영자금을 대출하며 정 회장에게서 개인보증을 받았다”며 “그러나 이는 이미 담보를 받은 상태에서 정 회장으로부터 연대보증을 받은 것이어서 대출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정 회장이 그동안 대북사업에만 전념하며 각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 왔기 때문에 정 회장의 투신자살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현대 계열 기업들에 대한 여신을 계속 축소해 왔기 때문에 여신 정책도 달라질 게 없다”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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