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 ‘나홀로 호황’ 비결은 경쟁력…상반기 수주목표 초과

  • 입력 2003년 7월 30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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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의 수주실적을 기록한 조선업계가 올 한 해 목표치를 일찌감치 초과 달성했다. 조선업계는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에 대한 수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목표 초과 달성=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물량은 781만CGT(보정총톤수)로 역대 최대치였던 2000년 상반기의 661만CGT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더욱이 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유조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의 수주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선박 부문에서 48억2400만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치(3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고 삼성중공업도 36억달러어치를 수주해 올해 목표인 35억달러를 돌파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선박 부문에서 20억달러 이상을 수주해 목표치(28억3000만달러)에 바짝 다가섰고 해양 플랜트 부문은 지난달 중순 8억3800만달러가량을 계약해 목표치(7억달러)를 넘겼다.

이 같은 실적 덕분에 수주 잔량으로 2년6개월치가 넘는 일감이 쌓여 있다. 선박을 제조하는 독(dock)의 용량이 거의 차 수익성이 높은 선박을 위주로 주문을 골라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선박 가격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초대형 유조선(VLCC)의 가격은 지난해 10월 6250만달러를 저점으로 지난달 6700만달러까지 회복됐다.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한국 조선업계는 특히 LNG선과 초대형 유조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일본에 비해 재료비와 인건비 등 원가가 낮아 가격경쟁력이 있는데다 설계 능력에서도 우위에 있다.

산업연구원(KIET) 홍성인 부연구위원은 “90년대 중반 과감한 설비 투자가 주효했다”며 “당시 채용했던 젊은 인력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어 일본과 격차는 계속 벌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전성기였던 70년대 중반 16만명에 이르던 조선업종 인력이 3만8000명으로 급감했다. 신규 채용이 거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 기능 인력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생산성 향상이 한계에 부닥친 상태다.

여기에 최근 선주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일본의 정형화된 생산체제와 부족한 설계 인력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조선산업 전망=조선산업은 세계 경제와 해운 시황 등의 영향을 받아 중장기적으로 경기가 순환되는 양상을 보인다. 조선산업은 1960년대 이후 확장기(60∼74년), 구조조정기(75∼90년)를 거쳐 현재 대체수요기(90년 이후)에 진입했다.

대우증권 조용준 연구원은 “최근 선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노후 선박에 대한 대체 수요도 있지만 세계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는 선주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선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구입하자는 선주들이 늘고 있고 해운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선박의 대용량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유조선 프레스티지호 침몰사고 이후 유럽연합(EU)에서 유조탱크가 한 겹인 단일선체 유조선에 대해 역내 운항을 규제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도 유조선에 대한 수요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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