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협상결렬-현대重 9년 무분규 엇갈린 희비

  • 입력 2003년 7월 25일 2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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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5시 반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 광장.

최윤석 노조위원장과 최길선 사장은 노사 화합잔치를 위해 준비한 500cc 생맥주잔을 부딪치며 “노사 화합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앞에 있던 임직원 2만여명과 가족 등 3만여명도 일제히 잔을 높이 치켜들고 “위하여…”를 외쳤다.

비슷한 시간 현대중공업에서 3km 떨어진 현대자동차 본관 1층 협상장.

한 달 이상 계속된 임단협을 여름휴가 시작(28일) 전에 끝내기 위해 오후 2시부터 협상이 계속됐으나 이헌구 노조위원장과 김동진 사장은 결국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돌아섰다.

조선과 자동차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노동운동의 핵심 사업장이었던 이들 두 회사가 10여년이 지난 지금 극명하게 바뀐 모습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로 9년 연속 무분규 항해를 계속하는 반면 현대자동차는 90년대 들어 199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분규가 발생했다.

두 회사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원인은 현대중공업은 조합원의 평균 연령이 42세로 분규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원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 자연 노조 집행부는 실리주의로 선회했다. 이 회사 노조는 올해 주5일 근무제 등 노동계의 공통요구안을 협상에서 요구하지 않았다. 금속연맹의 연대파업에도 동참하지 않았고 오로지 조합원들의 임금협상에 주력했다.

이에 반해 평균연령이 40세 안팎인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대의 노조’라는 위상에 걸맞게 민주노총 내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정부와 노동계의 ‘대리전’에 나섰다. 이 때문에 명분을 앞세운 강경 투쟁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 노조는 △주 40시간 근무 △해외 공장 설립시 노사 합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노조의 3대 핵심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는 조합원들의 복리후생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 한 조합원은 “이들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해 결국 조합원들의 임금을 ‘볼모’로 잡혔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투쟁 노선은 조합원들의 회의적 반응을 불렀다. 쟁의행위 찬성률은 역대 최저 수준(54.81%·6월 24일)이었고, 산별(産別)로 협상을 전환하자는 투표를 6월 26, 27일 이틀에 걸쳐 실시했으나 부결됐다.

물론 현대중공업은 10여년째 계속되고 있는 선박업계 호황으로 매년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직원들의 95% 이상이 자기 집을 보유할 정도로 임금도 동종업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등 사원복지 수준이 현대자동차보다 월등히 높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시민들은 “현대차의 임금수준도 국내 기업 가운데는 최상급”이라며 “더 이상 분규가 지속될 경우 국민이 현대자동차를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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