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산업회의 참석 석학2人 한국경제 진단

  • 입력 2003년 7월 25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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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 참석자 중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미국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와 프랑스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 파리1대학 교수였다. 두 사람은 25일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나름대로의 견해를 밝혔다.》

▼美 존 나이스비트 “기업하기 좋은 여건 만들어야”▼

“정부가 기업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해결을 어렵게 할 뿐입니다.”

존 나이스비트는 한국이 새로운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민간분야의 창의력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성장동력은 기업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 주도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은 무엇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라며 정부가 지식기반산업으로의 전환을 주도하려 하지 말고 기업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도 강조했다. 새로운 기업가들이 나타나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 또 ‘재벌’에만 치우친 경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이스비트씨는 기업이 바뀌려면 기업가와 종업원의 자세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종업원은 회사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기업은 투명한 경영과 사회에 대한 책임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는 유용한 기준이나 방향일 뿐 수치(數値)가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2만달러를 향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한국과 중국의 협력을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중국은 한국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이며 한국의 기술과 중국의 노동력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제품 원가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어 장기적으로 저임금의 중국이 한국에 위험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이스비트씨는 ‘메가트랜드 2000’ ‘글로벌 패러독스’ ‘하이터치 하이테크’ 등을 펴낸 세계적 미래학자다.

▼佛 기 소르망 교수 “한국식 성장 모델 이젠 위기”▼

“한국식 성장 모델은 위기에 처했습니다.”

기 소르망 교수는 “북한 핵문제와 정치 불안 등 경제 외적 요인에다 권위주의 방식의 비효율성이 겹쳐 지금 한국은 벽에 부딪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 저임금과 대량생산에 의존해온 자동차 철강 조선 가전 등 한국의 주력 산업도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에다 중국 인도 등 경쟁국이 쫓아와 기존 방식의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 새로운 성장모델로는 서비스업 육성을 제시했다.

‘브랜드’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강력한 브랜드를 육성하려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예술 분야 등 민간에서 만든 좋은 이미지에 걸맞게 정부 시스템도 고급스럽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국민소득 ‘1만달러의 덫’에서 벗어날 밑바탕으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소르망 교수는 “진취적인 기업의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고취해야 산업구조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경영참여 등 최근 한국 사회의 갈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역설했다. 네덜란드 모델 등 어떤 모델을 찾기보다는 한국 상황에 맞는 사회 경제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 같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노동자의 경영참여에는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업의 혁신을 위해 노동시장 자유화나 기업의 투명성보다 노동자의 재교육과 노사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노조도 자유경쟁시장에 대해 합의하고 합리적인 주장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소르망 교수는 ‘신(新)국부론’ ‘최소 국가’ 등의 저서를 낸 문명비평가. 최근 ‘진보와 그의 적들’이란 책이 한국에서 번역돼 출간됐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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