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中企대출 기피…자금난 심화

  • 입력 2003년 5월 22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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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온 시중은행들이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높아지자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 목표를 당초 15%에서 5%대로 대폭 낮추고 앞으로 중소기업 부문의 대출을 가급적 자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하고 있어 외형을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대출증가율 목표를 크게 낮추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4월 말 현재 39조원(잔액 기준)으로 작년 말에 비해 5.6%로 늘어났다.

연체율은 작년 말 3.45%에서 3월 말 3.74%, 4월 말 4.2%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행도 최근 경기악화 등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가급적 자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경기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있는 데다 다른 은행들이 부실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끊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15%로 잡은 대출증가율 목표를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가장 활발하게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온 우리은행은 식당과 모텔 등 음식 숙박업에 대한 대출상품 취급을 이달 중순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경기변동에 가장 민감한 음식 숙박업이 부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일차적인 관리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1.87%에서 4월 말 2.85%까지 높아졌으며 5월 말에는 3%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하강이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추세여서 영세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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