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1년의 교훈]전문가 의견 너무 믿지 마세요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15분



2001년 9월부터 오른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4월 18일 937.61로 정점을 찍었다.

주가지수가 내려가자 전문가들은 “주가지수 1000 시대를 준비하는 ‘화려한 단기 조정’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만 1년이 흘렀다. 화려하기는커녕 고달픈 하락 장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4월 18일까지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 가운데 지금 그 돈을 까먹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증시 1년을 돌아보면 배우는 게 많다.

▽전문가의 말을 맹신하지 말라=지난해 4월 30일 20대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일시적인 조정일 뿐이며 대세상승이란 의견에 변함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5월 한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설명회에 온 고객들에게 “지금 집을 팔아 주식을 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따른 고객은 지금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작년 5월 8일 한 증권사의 유명 이코노미스트는 1년 내에 주가지수가 1200 이상으로 올라갈 확률이 75%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머지 25%의 경우 주가지수는 650∼750이라고 전망했다. 16일 현재 그는 0%도 예측하지 못한 셈이다.

억대 연봉을 받고 주가만 예측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의견도 마냥 믿을 것만은 못된다. 지난해 5월 15일 현재 5대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보자.

삼성증권 6개월 내 72만원, LG 1년 내 61만원, 현대 6개월 내 66만원, 대신 1년 내 55만4000원, 대우 54만원. 그러나 17일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30만원에 겨우 턱걸이했다.

투자전략팀장 20명은 6월 13일에도 “7월부터는 주가가 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오판을 여과 없이 전달한 각종 매체들도 크게 할 말이 없다.

▽빗나간 한국증시 차별화 논리=오판의 주된 큰 원인은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와 다르다”는 ‘차별화’ 논리.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 증시도 미국이 움직이는 세계 증시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회계부정 사태와 경제회복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국 증시가 내림세를 시작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월부터 한국 증시에서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의 사상 최대 실적과 시장 금리를 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의 혁명도 결국 세계 경제 및 증시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이기지 못했다.

▽위험관리가 핵심이다=결국 차별화 논리를 의심하고 외국인을 따라 주식을 미리 팔아치운 개인과 펀드매니저만이 지난 1년을 마음 편안하게 보냈다.

김지민 시카고투자컨설팅 사장은 “주식을 사는 것보다 제때 팔아 손해를 키우지 않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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