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라이프/현장에서]'황사방지' 韓中日 공조 서둘러야

  • 입력 2003년 4월 2일 17시 10분


본격적인 황사철을 앞두고 황사대비 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마스크, 선글라스, 살균제, 안약, 공기청정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황사 특수’에 힘입어 관련업계는 매출이 평소보다 30% 이상 늘었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지난해 황사 피해가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올해 황사에 대비해 무장 태세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약국에서 안약을 구입한 한 주부는 “결코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황사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도록 양산도 꼭 쓰고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사의 주성분인 황토는 원래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주변의 황토불가마, 황토침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황토는 토양의 산성화를 막고 토양 속에 숨겨있는 다양한 성분을 날라다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황사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날아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염물질이 달라붙는다는 사실. 최근 농업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도달한 황사에서 중국 현지보다 43배 많은 세균과 314배 많은 곰팡이가 발견됐다고 한다. 여기에 황사가 중국 최대 공업지역인 산둥반도를 거치면서 카드뮴, 납 등 중금속 물질들이 포함된다. 국내에 도달하는 황사의 입자는 크기가 1∼5μm로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해도 오염물질이 걸러지지 않고 사람의 호흡기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은 7000억위안(약 105조원)을 투자해 환경벨트를 구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황사 취재차 만난 박순웅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황사철 베이징은 거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라며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에서는 개최지를 옮겨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국회에 황사방지관리 법안이 제출됐고 중국 일본과 공동관측소를 설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해서, 문제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미경기자 경제부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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