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흐름을 주시하라”…이라크戰 장기화땐 고유가 지속

  • 입력 2003년 3월 1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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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앞으로의 유가 흐름이 증시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동부증권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중요한 것은 전쟁으로 인한 펀더멘털의 변화 가능성이며 이는 근본적으로 유가의 방향에 달려 있다”고 전제하고 “장기전으로 갈 경우 세계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과 함께 증시가 약세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1991년 초 걸프전이나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유가가 안정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경제 회복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전쟁이 빨리 끝날 경우 증시 상승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걸프전 당시 4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6개월 이후 20달러 안팎까지 내려가며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원유 수급 상황 등을 따져볼 때 이번 전쟁에서의 유가 상황이 걸프전 때와는 다르다는 시각도 많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세번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전세계 민간 재고량은 작년 10월 13억5000만배럴에서 현재 12억배럴까지 감소한 상태. 미국의 민간 재고량도 최고 3억2000만배럴에서 현재 2억6000만배럴로 줄어들었고 한국의 민간재고분도 2일분인 800만배럴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현대증권 김웅진 연구원은 “걸프전 당시에는 OPEC 산유국들이 즉시 증산에 나섰기 때문에 유가가 곧 안정됐지만 현재는 이들의 생산량이 이미 최대 규모에 육박한 상태”라며 “18일 유가가 하락한 것은 심리적 요인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 증권도 최근 “이라크가 공격을 받으면 자국 유전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유가의 단기(30일) 전망치를 배럴당 41달러에서 46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증권 김 연구원은 “전쟁이 빨리 마무리되거나 미국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해 공급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고유가는 장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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