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워크아웃 대상 확대방안' 논란

  • 입력 2002년 12월 3일 19시 00분


민주당이 3일 갑자기 발표한 개인워크아웃 대상 확대방안은 내용과 절차면에서 모두 문제가 많아 큰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이날 발표는 언뜻 보면 달콤해 보이지만 신용사회의 기본을 뿌리째 흔들고 우리 사회에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확산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이른바 ‘중립내각’을 주장하면서 경제운영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정책을 충분한 검토도 없이 불쑥 내놓은 것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전형적인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개인워크아웃 대상 확대의 문제점〓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이번 조치로 은행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250만명 가운데 90만명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용불량자의 36%가 원리금을 탕감받거나 상환기간을 연장받는 특혜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개인워크아웃 제도의 무분별한 운용에 관해서는 많은 소비자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최현자(崔賢子) 교수는 “개인의 채무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스스로 갚는다는 원칙이 있어야 신용사회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건국대 소비자주거학과 이승신(李承信) 교수도 “3억원까지 워크아웃을 허용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면서 “워크아웃 대상을 넓힐 것이 아니라, 몇 만원을 몇 달만 연체해도 신용불량자가 되는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무슨 자격으로 발표했나〓이날 민주당의 발표는 절차면에서도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올 5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후 ‘여당’은 없다고 정부와 민주당은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행정부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정부와 여당 사이에 이뤄지던 ‘당정협의’도 폐지됐다. 더구나 민주당은 원내에서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치는 ‘제2당’이다. 정부는 그동안 ‘당정협의’가 아니라 ‘여야정 협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대선을 불과 2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부와의 합의를 거쳤다며 발표한 이날 정책은 표를 의식해 급조한 전형적인 선심성 정책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또 행정부의 ‘정치적 중립’이란 구호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으며 경제정책이 집권세력의 이해에 따라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설익은 부처간 협의〓개인워크아웃 대상확대 발표에 관해서도 민주당과 금융감독위원회 사이에 협의가 이뤄졌을 뿐 재경부의 주무부서는 진행경과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세계박람회(BIE) 유치를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해외에 나가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민주당 김 위원장은 “대통령선거 전에 조흥은행을 매각하지 않기로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발표가 나온 뒤 재경부는 “조흥은행 매각을 대선 이후로 연기한다고 민주당과 합의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최근의 흐름은 결국 민주당 발표와 비슷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개인워크아웃제도는 9월말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구성한 민간기구인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면서 “민주당과 정부가 이를 합의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사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천광암기자 iam@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