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기때 2조 판 개인은 바보?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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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는 늘 돈을 잃기만 할까.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증시 상승세가 시작된 뒤 개인투자자는 열심히 주식을 팔았고 외국인투자자는 열심히 주식을 산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개인은 주식시장 흐름에 역행하고 외국인은 순응한다’ ‘외국인은 상승기 때 사고 하락기 때 파는 반면 개인은 늘 거꾸로 한다’는 등의 보도자료가 올해에만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 주장대로라면 개인투자자는 증시에서 돈을 절대 벌 수 없는 집단이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개인을 외국인이나 기관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서는 개인투자자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상승기 때 판 개인투자자〓종합주가지수가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한 10월10일 이후 개인은 거래소에서 약 2조4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반면 외국인은 거꾸로 2조4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중 종합주가지수는 150포인트가량 올랐다.

또 외국인은 최근 열흘 가운데 8일 동안 주식을 사들이며 랠리를 선도한 반면 개인은 9일 동안 주식을 팔았다.

▽개인투자자의 특징〓그러나 이런 겉모습만으로 ‘개인은 시장 흐름에 역행해 손해만 보는 집단’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우선 개인과 외국인이 선호하는 종목이 다르다. 외국인은 주로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 지수에 영향력이 큰 종목을 좋아하는 반면 개인은 중소형 종목에 집중한다.

지수 관련주를 집중 매매하는 외국인 특성상 이들이 주식을 순매수하면 지수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지수가 오를 때 외국인이 사는 게 아니고, 외국인이 사니까 지수가 오르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더 정확하다.

지수와 별로 연관성이 없는 종목을 사고 파는 개인의 투자 패턴을 지수 상승기와 연관지어 설명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또 개인투자자가 최근 상승기 때 무지막지하게 주식을 팔기만 했느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개인은 거래소에서 주식을 팔았지만 코스닥에서는 10월10일 이후 547억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개인이 대형주를 팔고 중소형주로 옮겨갔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개인을 하나의 세력으로 볼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물음도 나올 수 있다. 편의상 외국인 기관 개인 등 3개 세력으로 투자주체를 구분하지만, 개인은 외국인이나 기관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하나의 세력으로 묶어 설명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투자자가 섞여 있다.

▽잘못된 조언〓‘개인은 늘 잘못 투자한다’는 식의 통계는 오히려 개인이 잘못된 투자전략을 짜게 만든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종목을 따라 사라’ ‘외국인이 팔면 팔아라’ 식의 조언이 판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남 따라하기’에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기업 가치를 제대로 분석하는 데 힘을 쏟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외국인보다 먼저 좋은 종목을 발굴해도 시원찮을 판에 외국인이 사는 종목을 따라 사서는 좋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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