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들 인력확보평가 앞두고 비상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8시 18분


삼성그룹 사장들 사이에 연말 평가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삼성은 그동안 연초 대비 11월말의 회사 주가 변화와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기준으로 사장들을 평가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변화가 일고 있다.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핵심 인재 확보를 사장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삼성은 올해 전체적으로 700여명의 핵심 인재를 확보한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세계일류 기업에서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나 미국 유럽 등에서 세계 5위 안에 드는 명문 대학원 석·박사 출신으로 세계 유수 기업에서 근무 경력이 있는 수재들이다. 직급으로 보면 과장부터 부장, 임원, 고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삼성은 먼저 해외 헤드헌팅 업체들을 통해 관련 분야 인재들을 물색한 뒤 인사팀 임원이 면접하고 다시 계열사 사장이 해외로 직접 날아가 면접하는 등 인재들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하면서 삼고초려(三顧草廬)해왔다. 기존 임원과 사장들의 인맥을 통한 1 대 1 리크루팅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삼성전자 수백명을 비롯해 삼성SDI 100명, 저금리로 고생하는 삼성생명도 20여명 등 각 사 핵심인력을 확보할 만큼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룹에서도 전체적으로 성적이 괜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보기에는 질적 양적으로 모두 미흡하다는 것이 문제. 올해 잇따라 열린 전자관계사 사장단회의, 금융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는 몇몇 사장들이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면서 정작 일할 사람을 몇 명이나 유치했느냐”고 호된 질책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사장들이 또 한가지 전력투구하는 것은 ‘차세대 핵심사업 발굴’. 이 회장은 올해 내내 “5∼10년 뒤 먹고 살 것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사장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올해에도 계속해서 사업구조조정을 벌여 비(非)주력 품목은 버리고 미래 핵심사업 위주로 재편해왔다.

2만여 가지의 제품을 생산하는 전자종합부품회사 삼성전기는 올 들어 전해(電解)콘덴서 공장을 매각하고 광(光)픽업 등 3개 품목에 투자를 집중해 2007년까지 세계 1위로 키울 계획을 세웠다.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인 삼성SDS는 정부사업 수주와 국내 영업 의존도에서 탈피해 201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0%로 올리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최근 자산운용방식을 국내 부동산과 주식에서 탈피해 해외 채권 등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13개 빌딩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는 등 각 계열사들이 5∼10년 뒤를 대비하는 대대적인 변신을 하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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