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침체기 독점기업 ‘독야청청’

  • 입력 2002년 9월 30일 18시 02분



증시 전체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하락장에서 잘 버틸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어떤 종목이 하락장에서 잘 버티는 종목일까.

증시 침체는 앞으로 다가올 경기에 대해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경기가 나빠 소비가 위축되거나 수출이 줄어도 실적이 나빠지지 않는 종목을 고르면 된다.

두 가지 힌트가 있다. 시장을 독점해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한 실적을 내는 기업,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 사업을 벌이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기업의 주가는 하락장에서도 잘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점, 투자자의 벗〓독점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욕을 먹기 쉽다. 소비자는 다른 회사 제품을 구하기가 어렵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어서 가격이 비싸도, 제품이 마음에 안 들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 회사 제품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이런 독점기업은 투자자에게는 좋은 벗이다.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쉽게 줄이기 어려운 분야, 즉 의식주 관련 분야에서 독점의 혜택을 누리는 기업이라면 금상첨화.

10년 동안 주가 상승 추세가 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남양유업, 최근 상장 이후 최고 주가로 올라선 신도리코, 주가가 이달 들어 9만원대로 치솟은 동서, 속옷시장의 최강자 신영와코루 등이 이런 기업이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들과 맞설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의식주 독점기업의 강점”이라며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높은 마진을 올리는 독점기업일수록 하락장에서 잘 버티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네트워크, 새로운 사업 진출의 발판〓경기가 침체하면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거나 사업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기업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이때 강점을 보이는 기업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이다.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까지 깔려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들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이익이 줄지 않는다. 또 새로운 사업을 시도해도 다른 회사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농심이 삼다수를 생수시장 최고 브랜드로 키운 것이나 롯데칠성이 스카치블루로 위스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품질도 품질이지만 전국에 깔려있는 두 회사의 탄탄한 판매망이 제품을 단기간에 히트시킨 배경이 됐다.

전국에 깔린 수천개의 판매망을 바탕으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자유화의 혜택을 쓸어 담고 있는 LG가스와 SK가스도 마찬가지. 새로 LPG 판매시장에 뛰어들 후보도 마땅찮지만 설혹 다른 회사가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두 회사의 거미줄 같은 판매망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운용팀장은 “독점과 네트워크는 경기와 상관없이 회사가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훌륭한 무형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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