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새롬기술 투자자 ‘폭탄’ 주의보

  • 입력 2002년 8월 12일 17시 20분


새롬기술 주가가 경영권 분쟁 소식에 힘입어 12일 상한가로 치솟았다.

분쟁 당사자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주식을 사려 한다면 이들의 경쟁 덕분에 주가는 당분간 더 오를 전망이다. 12일 새롬의 주가 급등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증권 전문가와 투자자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새롬의 경영권 분쟁은 회사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라기보다 누가 회사 현금을 차지하느냐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12일 새롬벤처투자의 홍기태 사장은 공시를 통해 “경영권 획득을 목적으로 새롬 주식 427만1104주(지분 11.79%)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롬의 최대주주는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지분 10.3%)에서 홍 사장으로 바뀌었다.

새롬벤처투자 박원태 전무는 12일 “새롬기술이 3년 동안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았으면서도 부실경영으로 심각한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오 사장은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사장은 이에 대해 12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결국 새롬 경영권을 사이에 두고 양자간의 주식 확보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

▽투자자의 피 같은 돈〓증권가에서는 양측의 경영권 분쟁을 회사 현금자산에 대한 권리 싸움으로 보고 있다.

새롬은 2000년 2월 기술주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156배나 높은 7만7900원 기준으로 480만주 유상증자해 3739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새롬은 이후 계속 적자에 시달렸으나 이때 받은 거액을 바탕으로 아직도 1700억원의 현금자산을 갖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새롬의 보유 현금은 기술주 거품 때 전재산을 날린 수많은 투자자의 한이 서린 돈”이라며 “그 돈을 잘 사용해 회사를 발전시킬 고민은 안 하고 현 사장과 관계사 사장이 경영권 분쟁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폭탄 돌리기〓12일 시작된 새롬의 주가 급등은 속칭 ‘폭탄 돌리기’ 주식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는 순간 주가가 급락할 것이 뻔하다는 것.

“적당히 올랐을 때 팔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도 위험하다. 폭탄 돌리기가 언제 끝날지 확실치 않은데다 일단 폭탄이 터지고 주가가 급락하면 매수세력이 아예 사라져 팔고 싶어도 못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새롬의 주가 급등은 기업가치와 아무 상관없이 이뤄진 투기적 현상”이라며 “투자자들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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