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중견기업들 경영혁신 아이디어 눈길

  • 입력 2002년 6월 3일 19시 26분


플랜트기기 전문업체인 세원E&T가 창원공자에 세운 이동식 텐트 작업장.
플랜트기기 전문업체인 세원E&T가 창원공자에 세운 이동식 텐트 작업장.
철제 작업장을 대체한 텐트 작업장, 환경테스트를 위한 ‘사계절룸’, ‘눈물 흘리는 방’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태스크포스….

대기업에 비해 경영혁신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중견기업들이 최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동원, 원가절감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플랜트 기기 전문업체인 세원E&T 창원공장에 가보면 다른 공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색 작업장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완공한 높이 9.5m, 폭 19m, 길이 53m의 ‘이동식 텐트 작업장’이다.

작업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공장 부지의 여유가 없어 고민하던 차에 텐트 작업장을 만들었던 것.

버스 5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규모의 이 공장을 짓는 데 소요된 금액은 1억원. 일반 작업장처럼 만들려면 50억원 정도가 필요했을 것으로 회사측은 추산한다.

작업부위에 따라 텐트를 이동할 수 있는 방식이어서 길이 70m, 무게 500t 규모의 플랜트 제작 작업이 가능하다. 기존 작업장에서 제작 가능한 플랜트 규모가 200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적은 돈을 들여 만든 텐트 작업장에서 2.5배 크기의 플랜트를 제작할 수 있다.

이 회사 윤형수 대리는 “수주량이 늘고 작업해야 하는 플랜트 규모도 커지면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이렇게 효자 노릇을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창호 제품 전문 제조업체인 이건창호의 인천 남동공단내 공장 한쪽에는 30평 규모의 ‘사계절룸’이라는 비밀 연구실이 있다. 외부에 설치되는 창호자재가 혹한 또는 혹서에서 변형되지는 않는지, 비를 맞으면 품질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등의 환경테스트를 실시하는 곳.

이곳에는 미리 설정된 환경 프로그램에 따라 강풍이 몰아치기도 하고, 50도 이상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기도 한다.

이건창호는 사계절룸을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주택이나 아파트를 빌려 환경테스트를 실시해야 했다.

회사측은 사계절룸을 통해 원가절감과 함께 개발에서부터 시판까지의 시간을 크게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견 제지업체인 한창제지에는 특이한 형태의 태스크포스인 TDR(tear down room)라는 제도가 있다.

‘눈물 흘리는 방’ 또는 ‘기존 사고를 찢는 방’이라는 의미의 이 태스크포스는 ‘원자재 가격인상에 대한 대처방안’ ‘물류비용 절감 방안’ 등 경영혁신을 위해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구성된다.

TDR는 ‘사표를 낼 각오로 해결책을 찾아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 주로 5∼1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된 팀이 3∼6개월간 운영된다.

작년에 8개 TDR팀이 가동된 데 이어 올해에도 2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한상봉 사장은 “TDR제도 등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 덕분에 다른 회사에 비해 매출대비 원가율이 10% 가까이 낮다”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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