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30>]KT와 통신업체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24분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국내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요즘 이런 고민을 자주 털어놓는다. 유무선 전화, 초고속 인터넷, 전용회선 등 통신시장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위기감도 높다.

통신시장에서는 특히 KT(옛 한국통신)와 파워콤의 민영화를 계기로 변화의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두 공기업의 민영화 후 기업간 인수합병, 제휴 등을 통해 유무선 통신시장의 세력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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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각 기업 CEO들은 불필요한 사업분야를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등 ‘수익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의 자생력을 높여 조만간 닥쳐올 통신시장의 지각변동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민영화 KT를 이끄는 경영진〓통신업계가 KT의 민영화에 긴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통신 공룡’ KT의 시장지배력과 KT를 이끄는 이상철(李相哲) 사장의 강력한 리더십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지분 매각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 사장은 민영화되는 KT의 전문경영인체제 확립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KT 민영화를 앞두고 “KT가 완전한 민간기업으로 자리잡을 때까지는 다른 일에는 한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듀크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경영자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 KTF(당시 KT프리텔)의 초대 사장을 맡아 공기업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개인휴대통신(PCS) 분야의 1위 업체로 길러냈다.

정부지분 매각 과정에서는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성공시키고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휴사로 끌어들이는 등 수완도 과시했다. 빌 게이츠 MS 회장,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 회장과도 친분을 유지하는 등 해외 인맥도 만만찮다.

KT에서 이 사장을 보좌하는 정태원(鄭泰源) 부사장은 일선 전화국에서 출발해 전북본부장 조달본부장 인력관리실장 등을 두루 거친 정통 KT맨. 누구보다 KT 내부사정에 밝다. 송영한(宋映漢) 인력관리실장, 최안용(崔晏溶) 마케팅본부장, 남중수(南重秀) 재무실장, 이경준(李敬俊) 기획조정실장 등 ‘전무 4인’은 민영화 후 KT를 이끌 차세대 경영리더로 꼽힌다. 다만 정부 입김이 큰 공기업이었던 특성상 KT 고위 임원 가운데 일부는 능력에 비해 너무 빨리 승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 자회사의 CEO 진용도 비교적 전문성 경험 리더십을 두루 갖췄다는 평. KTF 이용경(李容璟) 사장, KT아이컴 조영주(趙榮柱) 사장, 파워텔 홍용표(洪龍杓) 사장은 KT 그룹의 무선사업을 이끌면서 모기업인 KT의 유무선 통합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KT솔루션스 김홍구(金弘久) 사장, KTH 최문기(崔文箕) 사장, KT서브마린 고순영(高順永) 사장, KT링커스 김기천(金基天) 사장 등도 기술 및 경영 마인드를 겸비, KT와의 공조를 통해 통신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KT에 맞서는 후발업체들의 CEO〓KT에 맞서 통신시장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하나로통신 두루넷 온세통신 등의 CEO들도 인지도가 높다.

하나로통신의 신윤식(申允植) 사장은 ‘보스 기질’의 대명사. 제2의 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특유의 뚝심과 경륜으로 극복해왔다. 업계 처음으로 ADSL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해 한국을 세계 최강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보유국으로 이끌었다. 행시 1회 출신으로 체신부 사무관부터 시작해 체신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

두루넷 이홍선(李洪善) 부회장은 오너인 이용태(李龍兌) 회장의 아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여느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보컴퓨터 나래이동통신 등에서 경영수업을 받다가 2001년 초 두루넷에 합류했다. 스스로 사업 아이템을 만들어 현실성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자주 내릴 정도로 실무에 밝다.

온세통신 황기연(黃基淵) 사장은 옛 경제기획원 관료 출신이지만 일찌감치 경영에 눈을 떠 일진그룹 덕산금속 등에서 20여년간 CEO로서 경력을 쌓았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온세통신을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이끌었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파워콤 서사현(徐士鉉) 사장은 관료(행시 10회) 출신이지만 ‘열린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매주 평사원들과 ‘도시락 미팅’을 갖고 이때 나온 아이디어를 경영에 즉각 반영한다.

▽기술력 갖춘 차세대 리더그룹〓KT의 성인수(成寅洙) 네트워크 본부장, 이상훈(李相勳) 연구개발본부장, 윤종록(尹宗錄) e비즈사업본부장 등은 KT의 차세대 구도와 관련해 주목받는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이다.

하나로통신 이인행(李仁行) 부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데이콤에서 첫 출발한 기술통. 하나로통신이 1만6000㎞에 달하는 가입자망을 깔 때 설계·구축·운용 작업을 총지휘했다. 무선사업계획단장인 고진웅(高鎭雄) 상무와 경영전략 담당인 윤경림(尹京林) 상무도 하나로통신의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최근 사장이 공석이 된 두루넷은 정상순(鄭尙橓) 한기주(韓基柱) 부사장이 경영의 양 날개를 맡아 이홍선 부회장을 돕고 있다. 온세통신 황인보(黃仁普) e비즈니스 사업본부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생산 영업 등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차세대 리더로 분류된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국내 통신업계를 이끄는 주요 경영진
회사직위이름나이학력출신
KT사장이상철54경기고, 서울대 전기공학, 버지니아공대 전자공학 석사, 듀크대 전자공학 박사 서울
하나로통신사장신윤식66경기상고, 서울대 문리대, 서울대 행정학 석사, 중앙대 행정학 박사전남 고흥
두루넷부회장이홍선41용산고, 플로리다공과대 전산과, 사우스 플로리다대 컴퓨터공학 석사서울
온세통신사장황기연59전주고, 전북대 상학전북 남원
파워콤사장서사현57청주고, 고려대 법학충북 진천
KTF사장이용경59경기고, 서울대 전자공학, 오클라호마대 전자공학 석사, UC버클리 전자공학 박사경기 안양
KT아이컴사장조영주46대구 계성고, 서울대 토목공학, 서울대 교통공학석 박사경북 성주
파워텔사장홍용표51전북 호남고, 한국항공대 통신공학과, 연세대 전자공학 석사, 한국항공대 통신공학 박사전북 정읍
KT솔루션스사장김홍구55경북고, 영남대 토목공학과, 중앙대 경영학 석사대구
KTH사장최문기52서울고, 서울대 경제학, 서울대 경영학 석사과정수료서울
KT서브마린사장고순영58전북 군산고, 육사전북 김제
KT링커스사장김기천59체신고, 광운대 통신공학과, 한양대 전자통신공학 석사서울
KT부사장정태원58익산 남성고, 성균관대 경영학전북 익산
KT전무송영한46경동고, 연세대 응용통계학서울
KT전무최안용52광주 제일고, 고려대 법학전남 광주
KT전무남중수47경기고, 서울대 경영학, 듀크대 경영학 석사, 매사추세츠대 경영학 박사경북 영덕
KT전무이경준54전북 김제고, 방송통신대 전자계산학과, 연세대 산업정보 석사전북 김제
LG텔레콤 SK텔레콤 등의 CEO는 해당 그룹 소개 때 보도됐으므로 제외.
자료: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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