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기업 리더들]동양 이양구회장 두사위에 그룹 물려줘

  • 입력 2002년 5월 15일 19시 06분


동양그룹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사위 승계 그룹이다. 창업주 고 이양구(李洋球) 회장은 아들 없이 딸만 둘을 두었는데 동양그룹 현재현(玄在賢·53) 회장은 맏사위이고 오리온그룹 담철곤(譚哲坤·47) 회장은 둘째사위다.

89년 이 회장 별세 이후 10여년 동안 두 사위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함께 지내오다 지난해 9월 계열 분리했다. 따라서 양 그룹은 ‘동서 그룹’이다.

동양그룹의 현 회장은 고려대 초대총장을 역임하고 6·25전쟁 때 납북된 현상윤(玄相允) 박사의 손자.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7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이 회장의 장녀 혜경(惠卿·50)씨와는 검사시절 만나 결혼했으며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경영에 참여했다. 집안에 학자가 많은 현 회장은 회의 주재 스타일도 학자풍이어서 지시하기보다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편.

오리온그룹의 담 회장은 고조부가 한국으로 건너와 대구에서 자리잡은 화교 집안 출신. 서울외국인학교를 나왔으며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다.

외국인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 회장의 차녀 화경(和卿·46)씨를 만나 10년 열애 끝에 80년 결혼했으며 결혼과 함께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담 회장은 중국에 공장을 세우는 등 주력상품인 초코파이를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는 데 관심이 특히 많다.

전업주부인 언니 혜경씨와 달리 화경씨는 일찌감치 경영에 뛰어들어 현재 오리온그룹의 온미디어, 베니건스, 메가박스 등 3개 계열사 사장에 재임 중이다. 양 그룹 회장은 경영 때문에 만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가족으로는 자주 만난다. 장모인 이관희(李寬姬·73·이양구 창업주의 부인) 서남재단 이사장의 집에 자주 들러 식사를 하는 등 효도가 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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